“환자 줄어 경영 힘들어서…” 보험사기 브로커와 손잡은 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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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A병원은 환자가 줄어 병원 경영이 어렵게 되자 보험사기 브로커와 손을 잡았다. A병원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암 환자만을 모집한 뒤 이들에게 ‘보험금을 많이 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A병원은 환자들에게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고주파온열치료를 해주고 치료 횟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기록했다. 환자들은 조작된 진료기록부를 통해 병원에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았다. A병원과 환자 190명은 이런 수법을 통해 28개 보험사로부터 총 52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발급해 부당한 실손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가 금융당국에 의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치료 횟수를 부풀리거나 건강·미용 목적의 시술을 실손보험으로 보장되는 치료인 것처럼 조작한 병원 36곳을 적발하고 이들을 수사당국에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실제로는 피부 마사지나 미백주사를 시술하고서 도수치료(치료사가 손을 이용해 틀어진 척추 등을 치료하는 것)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미용목적의 시술 행위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지만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대상이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입원시설이 아예 없는데도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해준 병원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짜로 미용 관련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환자들이 쉽게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병원과 공모했거나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경우 환자도 사기죄로 처벌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실손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향후 공청회 등을 열어 실손보험 보장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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