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유일한 레지던시(공동 작업실 및 거주 공간)인 아시아창작스튜디오가 운영권 갈등으로 2개월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문화전당은 옛 광주 서구청사에 들어선 창작스튜디오 내 예술가 작업실 35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창작스튜디오는 지난해 11월 25일 문화전당이 개관하면서 함께 문을 열었다. 국비 130억 원이 투입된 창작스튜디오는 3층 건물로 연면적 2만 m², 터 1만 m² 규모다. 예술가 작업실 외에 게스트하우스(2∼4인실) 18실과 전시실 2곳은 잘 활용되고 있다.
예술가 작업실 운영 파행은 문화전당과 (사)한국예총 광주광역시연합회의 다툼 때문이다.
연합회는 2009년부터 지역 예술인이 교류와 창작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창작스튜디오 설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서울 지역 예술가들까지 창작스튜디오 재원 마련을 위해 작품을 기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예술인들의 절박함을 알게 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2011년 국회에서 창작스튜디오의 필요성을 역설해 2012년 관련 예산 130억 원이 확보됐다고 했다. 확보된 예산으로 옛 서구청사 건물과 터를 매입해 리모델링 등이 이뤄졌다.
문화전당은 전당을 찾는 아시아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껴 2013년 국비 70억 원을 신청했다. 이 예산 70억 원으로 광주 동구 옛 광주여고 건물을 매입해 레지던시를 설치하려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옛 서구청에 창작스튜디오가 들어선 만큼 중복 투자라는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2012년부터 창작스튜디오 운영을 논의하면서 문화전당 측이 위탁 운영을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고 있다”며 “연합회가 부분 운영을 하라고 하는데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전당은 창작스튜디오가 사실상 전당이 운영하는 유일한 레지던시인 만큼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전당은 옛 서구청 건물이 낡아 물이 새고 주차장이 좁고 조경도 좋지 않았지만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작은 공원을 조성하는 등 창작스튜디오 운영을 위해 세심한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문화전당의 한 관계자는 “창작스튜디오가 국비로 만들어졌고 필요성이 절실한 만큼 전당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문화전당 발전을 위해 운영권 갈등을 해결하려는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문화전당은 미술관, 박물관처럼 소장품을 보유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분야의 아시아 문화예술인이 거주하며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추진할 포부를 갖고 있다.
창작스튜디오는 아시아 문화예술인들이 머물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주요 공간인 만큼 운영권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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