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맞나? 마스크 벗겨라, 얼굴 좀 보자” 주민들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2일 03시 00분


‘부천 초등생’ 사건 3시간 현장검증

너무나 태연하고 덤덤했다. 어린 아들을 마구 때리는 상황에서도, 싸늘한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에서도 아빠 엄마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일곱 살짜리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까지 훼손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부모가 저지른 사건의 현장검증이 21일 진행됐다. 아버지 최모 씨(34)와 어머니 한모 씨(34)는 오전 9시 10분경 커플 야구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났다. 최 씨 부부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끔찍했던 그날의 상황을 재연했다.

21일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오는 어머니 한모 씨.

부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일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오는 어머니 한모 씨. 부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현장검증은 아들 최모 군이 숨진 곳과 시신 유기 장소 등 4곳에서 이뤄졌다. 가장 먼저 진행된 곳은 경기 부천시민운동장 공용화장실. 운동장과 부천시민회관 사이로 난 골목길로 들어가야만 찾을 수 있을 만큼 ‘은밀한’ 장소였다. 2012년 11월 9일 한 씨는 집에서 5분 거리인 이곳에 아들의 시신 일부를 버렸다. 이곳은 평소에도 인적이 많지 않은 곳이다. 최 씨 가족이 살던 집에서 부천시민운동장까지 오는 길 주변에는 다세대주택들이 몰려 있다. 4차로 위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조차 없을 만큼 차량 통행도 적다.

이날 최 씨 부부가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은 최 군이 숨졌을 당시 살던 빌라였다. 부부는 최 군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던 2012년 11월 7일부터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9일까지 3일간 상황을 1시간 20분간 재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와 한 씨 모두 당시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며 “눈물이나 후회하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훼손한 시신을 보관한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어른 키만 한 ‘종이박스 냉장고’가 등장했다. 그러나 자택 내부 현장검증은 공개되지 않았다.

빌라 주변에는 추운 날씨에도 50여 명의 주민이 나왔다. 이들은 부부의 엽기적인 행각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 최 씨 부부가 자주 찾았다는 치킨집 사장 A 씨는 “약속한 배달 시간보다 5분 늦었다는 이유로 엄마(한 씨)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집을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끔찍한 사건이 난 곳이 바로 그 집이라는 걸 알고 너무 놀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수정 씨(36·여)는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데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 같은 엄마로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최 씨 부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최 씨 부부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계란을 던지려던 주민도 있었다. 현장검증은 이날 낮 12시 10분경 시신이 처음 발견된 인천 계양구 최 씨 지인의 집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부천원미경찰서는 최 씨 부부가 공통적으로 부모의 무관심과 잘못된 양육 방식을 경험했고 사회적 심리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5일 동안 진행한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분석 결과다. 최 씨는 공격적인 분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충동 조절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그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세를 보인 최 군을 양육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학대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씨는 의사소통과 인지 사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편이 범행으로 체포될 것에 불안한 심리를 느끼고 아들의 시신 훼손에 적극적으로 조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갖고 특별한 이유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엄격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전국 장기결석 초등생 7명의 소재를 확인 중이다.

부천=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유원모 / 박훈상 기자
#부천 초등생#아동#학대#시신 훼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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