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오명균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이는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오자 당황했다. 보이스피싱임을 들켜버린 그는 한참을 웃다가 “겁나 웃겨. 끊어요, 끊어”라며 통화를 마쳤다. 지난해 4월 유튜브 등에 올라와 화제가 된 ‘웃기는 보이스피싱’의 주인공 유모 씨(28)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20여 명에게 3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유 씨와 중국 현지 총책임자 조모 씨(43), 국내 인출모집 총책 채모 씨(23) 등 14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청년이었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일하면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조선족 지인의 꾐에 빠졌다.
2014년 12월 중국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 시로 넘어간 유 씨는 조 씨가 차린 콜센터에서 며칠간 합숙 교육을 받은 뒤 약 1년간 ‘작업팀’으로 활동해왔다. 이를 통해 그는 매달 150만 원에서 많게는 4000만 원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어왔던 조 씨가 경찰에 검거되자 유 씨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일을 관두고 국내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조직원들의 소재를 파악해 유 씨 등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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