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중 혼자만 건강한게 미워서” 장난감 던져 아이죽인 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2일 20시 34분


세쌍둥이 가운데 다른 아이들보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를 어머니는 더욱 미워했다. 건강한데도 칭얼거리자 발로 걷어 차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다그쳐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급기야 제법 묵직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머리에 던져 두개골 골절로 숨지게 했다. 플라스틱 공을 맞은 아이가 심하게 칭얼거리자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쥐어박아 멍이 들게 하기도 했다. 비정한 어머니의 이 같은 폭행으로 아이는 20일 부모 곁을 영원히 떠났다. 어머니는 폭행사실을 극구 부인하다 경찰이 부검결과를 증거로 들이대자 그 제서야 자백을 했다.

충남 홍성경찰서는 22일 생후 10개월 된 자신의 딸에게 플라스틱 장난감을 던져 숨지게 한 이모 씨(29)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18일 오후 3시 경 홍성군 자신의 집 안방에서 계속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딸 홍모 양(2)을 향해 플라스틱 장난감을 던졌다. 이 장난감은 아이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스스로 움직이는 볼’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 팔리는 플라스틱 재질의 이 장난감은 675g으로 제법 무거워 아이의 두개골에 강한 충격을 줬다. 부검결과 아이는 그 충격으로 두개골이 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 아이가 공을 머리에 맞고 더욱 심하게 칭얼거리고 울고 보채자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스카치테이프로 가격했다. 아이의 눈과 볼 부위에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멍이 든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눈 부위는 쥐어박은 기억이 나는데 볼 주변은 기억이 안 난다”며 폭행 사실을 일부를 시인했다. 두개골 등에 이상이 생긴 아이는 밤새 칭얼거렸지만 어머니는 “그냥 통상적인 보챔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20일 오전 11시 반경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아이를 이송한 119구급대가 이상소견을 밝힌 데다 경찰도 사인이 미심쩍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숨을 제대로 쉬지 않아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며 처음에는 폭행사실을 강력 부인할 뿐 아니라 부검도 극구 반대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어머니 이 씨는 그러나 경찰이 ‘외력에 의한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는 부검결과를 들이대자 폭행사실을 모두 털어놨다.

부검결과 아이의 오른쪽 6번 갈비뼈가 골절돼 있었다. 이씨는 11일 쯤 아이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고 시인했다. 이 씨는 경찰에서 “세쌍둥이 가운데 둘째인 숨진 아이가 혼자만 건강하게 태어나 오히려 미웠다. 그런 아이가 울고 칭얼거리면 더욱 화가 났다”고 폭행 이유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세쌍둥이 첫째와 셋째는 숨진 아이와는 달리 정상체중에 못 미치는 미숙아로 태어난 데다 장기 비대증을 앓아 최근까지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이 씨가 추가적인 폭행을 저질렀을지 보강 수사를 펴고 있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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