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마 고객에게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연 이율 521%의 불법 이자를 챙긴 A 대부업체 대표 조모 씨(71) 등 3명이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법정 최고금리를 정한 대부업법이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효력을 상실해 이런 일이 올해 일어난다면 단속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22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주말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경마장)에서 베팅으로 돈을 잃은 이모 씨(60)는 이곳 주차장에 걸린 A 업체의 현수막을 보고 급전을 빌렸다. 자신의 차(에쿠스)를 담보로 원금의 10%와 주차비 5만 원을 떼고 10일 안에 갚는 조건이었다. 이 씨가 빌린 돈 200만 원(공제 후 175만 원)을 갚지 못하자 A 업체는 10일 단위로 돈을 새로 빌리는 형식으로 이자를 올려 이자율이 521%까지 됐다. 지난해 2월 서울 노원구에 대부업체로 등록한 A 업체는 돈을 안 갚으면 담보를 뺏어 지난해 피해자 171명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을 챙겼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부업법 개정안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34.9%로 제한한 대부업법의 효력이 이미 사라져 올해부터는 A 업체와 같이 법정 최고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매기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국회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 골몰하는 사이 금리 상한을 34.9%에서 27.9%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이달 중순 ‘고금리 대부업 영업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현장을 점검 중이지만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신고센터에 문의한 결과 “대부업체들이 다른 불법적인 행위가 적발되는 것이 두려워 아직까지는 34.9%를 지키고 있지만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설 연휴를 전후로 고금리 영업행위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 신고가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경남 거제시 신고센터는 “공문을 보내거나 전화로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행정지도를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는 “어차피 제재조치가 없어 현장점검을 나가는 대신 민원만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는 직접 금리를 규제할 수 없는 대신 절차상 법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며 우회적인 규제를 택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는 “대부업체들은 서류 등 제반 필요 사항들을 법에 맞게 시행하는지 조사하는 행정감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고금리 피해 신고는 없지만 조만간 피해 사례가 쏟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업법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 영세 대부업체부터 이자율을 대폭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서는 피해접수를 받을 수도, 아무리 이자를 높게 받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수사할 명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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