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이어진 초강력 한파가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잇달았다.
24일 오후 4시 45분경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 안 컨테이너에서 유모 씨(74)가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유 씨가 저체온증을 이기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유 씨는 5년 전부터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는데 안에는 전기장판 외에 난방시설이 없었다. 23일 오후 10시경에는 부산 서구 공영화장실 앞에서 누워 신음하던 김모 씨(47)가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이튿날 오후 숨졌다. 20년가량 노숙생활을 했던 김 씨 역시 저체온증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이 주요 사인(死因)으로 추정됐다. 앞서 19일에도 부산 사상구 낙동강변 둑길에서 이모 씨(75)가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울산에서는 25일 하루에만 2명이 한파를 못 이기고 숨을 거뒀다. 이날 오전 5시경 중구 한 아파트에서는 최모 씨(62·여)가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어 오전 8시경 중구 한 주택에서 이모 씨(54)가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씨가 강추위에 평소 앓던 지병이 악화돼 이틀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23일 오전 7시 40분경 북구의 한 주택에서 박모 씨(51)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충남에서도 24일 아산과 공주에서 각각 40대와 70대가 한랭질환으로 숨졌다. 한랭질환은 한파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광주에서는 60대 남성이 돌연사했다. 23일 오후 2시 10분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문모 씨(60)가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숨을 거뒀다. 문 씨는 자신의 1t 트럭 뒷바퀴가 눈에 파묻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운전석에서 나와 차량을 살피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경찰은 문 씨가 심근경색 탓에 돌연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4일 대구에서도 김모 씨(68)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이날 오전 4시경 평소처럼 폐지를 줍기 위해 집을 나선 길이었다. 이날 대구는 낮 최고기온이 영하 7.6도에 머무는 등 한파가 절정에 달했다.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이번 한파가 직간접적 원인이 된 사망자가 줄잡아 10명 안팎에 이른다.
한편 풍랑 등으로 8일째 중단된 경북 포항∼울릉(217km) 여객선은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서 26일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에 머물고 있는 최수일 울릉군수와 울릉주민 1000여 명도 이날 500t급 여객선 2척(정원 각 440여 명)을 이용해 섬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겨울철 울릉도 여객선은 포항 노선만 운항한다. 강원 강릉과 묵호 노선은 승객 감소 등의 이유로 겨울철에는 운항하지 않는다.
25일 대설경보가 해제된 울릉도에선 제설차와 청소차 등 33대가 동원돼 제설작업이 한창이다. 이날 기준 적설량은 140cm. 울릉읍과 서면, 북면 등 15개 마을 90가구의 교통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군내 우유와 채소류는 품절됐으나 주민들은 15일 동안 쓸 수 있는 연탄과 가스 등 연료를 마련해놓고 있다. 최 군수는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될 수 있다”며 “겨울철에는 2000t급 여객선이 교대로 다닐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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