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탑승장. ‘머슬마인드’ 보디빌더 임창현 씨(30)와 김윤경 씨(31·여)는 발을 동동 굴렀다. 제주도에 내린 폭설로 제주국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면서 이들이 탑승할 낮 12시 45분발 제주행 진에어 여객기도 연착됐기 때문이다.
임 씨와 김 씨는 이날 오후 4시 제주도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이었다. 함께 결혼식에 참석할 가족, 지인도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곧 운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스피커에서는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급히 근처에 있는 다른 예식장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 이들은 공항에서 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화려한 화환과 레드카펫, 멋진 음악은 없지만 유리창 밖으로 비치는 노을과 활주로의 비행기들은 멋진 배경이 됐다. 지인이 마이크 없는 생목소리로 사회를 보는 가운데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고 지인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행진도 했다.
이 소식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난 임 씨가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김포공항 4번 게이트 결혼식’이란 태그를 단 사진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결혼식 사진은 각종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 등에 퍼졌고 임 씨의 인스타그램에는 결혼을 축하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임 씨는 “우리에게는 특별한 결혼식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줘 너무 감사하다”며 “열심히 사랑하며 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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