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인천시 올해부터 예산 끊어… 재정자립도 낮은 옹진군 속수무책
“섬 경제 타격” 주민들 지원 촉구
22일 오후 백령도를 출발한 하모니플라워호를 타고 연안부두에 내린 승객들이 선착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인천항∼백령도 간 해상 거리가 220km를 넘기 때문에 기상상태가 좋더라도 4시간 정도 걸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옹진군 서해5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여객선 운임을 지원하는 사업이 중단되면서 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등 서해5도에서 1박 이상 체류하는 타 시도 관광객에게 여객선 운임의 50%를 깎아 주는 것이다. 인천시민은 2008년 9월부터 뱃삯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그동안 서해5도에 관광객을 유치해 주민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 매년 사업에 필요한 예산 14억 원을 편성해 절반씩 부담해 왔다. 특히 인천항∼백령도 여객선의 왕복 요금은 13만 원으로 고속철도(KTX) 장거리 노선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뱃삯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운임 할인이 시행된 이후 백령도를 찾은 다른 시도 관광객은 2013년 2만6000명을 시작으로 2014년 3만2350명, 2015년 3만2000명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수년째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는 올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옹진군은 연간 예산이 2000억 원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도 10%에 미치지 못해 인천지역 10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이 때문에 독자적으로 운임 할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새해부터 서해5도를 찾는 타 시도 관광객은 운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옹진군은 서해5도와 덕적도, 자월도 등 관할 섬에 근무 중인 국군 장병을 찾는 면회객의 뱃삯을 지원할 예산 3억 원만 편성했을 뿐이다.
옹진군 주민과 어촌계, 시민단체 등은 인천시에 예산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어 2014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여객선을 이용하는 섬 관광이 침체된 마당에 인천시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은 서해5도 주민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잘못된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백령도를 오가는 2000t급 여객선인 하모니플라워호가 1개월 이상 휴항한 데 이어 최근 600t급 여객선 코리아킹호도 1개월 동안 휴항에 들어가 여객선 운임을 지원하지 않으면 관광객이 급감해 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도 인천시의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고 나섰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인천 앞바다 섬들이 가진 잠재력을 활용해 섬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겠다”며 ‘인천 가치 재창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작 뱃삯 지원 사업을 중단한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옹진군 주민들은 서해5도의 해상 교통 운임을 지원하는 ‘서해5도 지원특별법’을 만들어 운임 할인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접적지역에 살고 있어 매년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도 꿋꿋하게 서해5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해 정부가 이 사업은 계속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인천시의 재정난은 이해하지만 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반발하는 행정을 굳이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재정난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을 끌어들이는 데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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