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단독]파출소 인근 ‘뽑기’기계 털던 40대, 출근 경찰에 ‘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현행범 잡고 보니 지명수배범

23일 오전 8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앞. 손모 씨(41)는 길가에 설치된 기계 앞에서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돈을 넣고 손잡이를 조종해 봉이나 집게를 움직이면 원하는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뽑기’ 기계였다.

손 씨의 행동은 인근 수서파출소로 출근하던 한 경찰관의 눈에 띄었다. 사복 차림의 경찰관을 그저 구경꾼이라고 여긴 손 씨는 과감하게 기계 배출구 안으로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경찰이 “뭐하는 것이냐”고 묻자 손 씨는 “4만 원이나 썼는데 원하는 걸 못 뽑았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손 씨는 자신이 가져온 집게를 기계 안으로 쑥 집어넣더니 진열된 상품들을 ‘톡톡’ 쳐냈다. 배출구로 떨어진 것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붙이는 렌즈였다.

손 씨가 렌즈를 집어 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경찰은 바로 손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다른 경찰관도 거들었다. 하필이면 이곳은 파출소에서 100m 남짓한 거리였다.

조사 결과 손 씨는 과거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90만 원을 내지 않아 지명수배된 상태였다. 수서경찰서는 손 씨를 절도죄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기계 배출구에서 상품을 꺼낸 행위만으로도 절도죄가 성립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경찰이라도 직접 범행 장면을 목격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출근길에 의심되는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게 현행범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유승진 채널A 기자
#파출소#뽑기#지명수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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