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폭설에 빛난 시민의식… 빙판길 녹인 ‘달빛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7일 03시 00분


광주 시민 자원봉사자 2700명… 시내 곳곳서 눈치우기 구슬땀
대구시 제설인력-장비 지원… 2박3일간 광주 머물며 제설 도와

26일 전남 나주시 중림동의 한 한옥에서 119 구조 요청이 왔다. 구조 요청은 ‘남모 씨(54)와 노모(84)가 쌓인 눈에 처마가 무너져 집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119구조대가 출동해 처마를 치워 이들 모자는 16분 만에 집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호남은 23일부터 시작된 폭설로 각종 생채기가 생겼다. 농촌 노인들은 아예 외출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낙상 환자 250여 명이 생기고 시설하우스 392개 동이 파손됐다.

눈 치우기 등 지원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에서 봉사의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 폭설 녹인 눈 치우기 봉사

광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는 시민 자원봉사자 2700명은 25일 오전 시내 곳곳에서 쌓인 눈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광주 지역은 최고 25.7cm의 눈이 쌓여 노약자들이 보행하는 데 큰 불편을 겪었다. 지자체마다 눈 치우기 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시민들 스스로 눈 치우기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할 뿐이다.

광주시 자원봉사센터는 지역 96개 동 가운데 22개 동에서 자원봉사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캠프에서 활동하는 봉사자 2700명이 폭설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주부 정인순 씨(59) 등 자원봉사자 5명은 25일 오전 9시부터 1시간여 동안 광주 남구 방림2동 골목길 곳곳에 쌓인 눈을 치웠다. 정 씨는 “방림2동은 구도심이라 어르신이 많이 살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골목 빙판길도 즐비하다”며 “어르신들의 불편을 줄여 주기 위해 눈 치우기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은 소외 계층이 많이 사는 광주 서구 양동 발산다리, 남구 월산동 등에서 눈치우기 봉사활동을 했다.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자원봉사캠프 봉사자들은 2012년부터 폭설이 내리면 자발적으로 눈 치우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자원봉사캠프를 30개 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 불편 해소와 눈 제거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전남 영광군은 영광 건설기계연합회 회원들이 24일부터 사흘 동안 굴착기 31대와 덤프 18대를 무료로 지원해 제설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종 중장비를 투입해 영광 시내에 쌓인 눈을 모두 치워 주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지원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곳은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다. 비닐하우스 피해는 전남 229개, 전북 157개. 광주 6개다.

○빙판길 녹인 달빛동맹

광주시는 대구시가 폭설로 인한 시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제설 인력 6명과 장비를 포함한 제설지원단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설 장비 지원은 대구시가 달빛동맹(달구벌 대구, 빛고을 광주) 차원에서 제의해 이뤄진 것으로 15t 제설 차량 4대, 다목적 제설 차량 1대, 소금 50t 등이다. 대구시 제설지원단은 27일까지 2박 3일간 광주에 머물며 제설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폭설이 내린 24일 경북도에 제설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경북도는 그레이드, 대형 덤프 7대, 인력 12명을 지원했다. 이들은 강추위 속에서도 25일 전주 시내 주요 도로에서 제설 작업을 벌였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제설 지원을 마치고 돌아가는 양영준 경북도 도로철도공항과 주무관 등 12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 시장은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 준 경북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김광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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