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종 승차거부… 응답없는 앱 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7일 03시 00분


택시 이용자 월평균 2.6회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 잡는데…
‘손님 골라 태우기’에 악용

30대 직장인 황모 씨는 한파가 닥친 지난주 평일 오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근처 사무실에서 5km도 안 되는 마포구의 모임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30여 분간 거리에서 벌벌 떨어야 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앱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를 활용해 대여섯 번 택시를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사들이 콜을 받고도 답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10여 분을 걸어 나가 빈 택시를 겨우 잡았다.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스마트폰의 앱 택시 서비스가 택시 운전사들의 신종 승차 거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이 목적지를 앱에 입력하기 때문에 운전사들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손님만 골라 태우는 것이다. 승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앱 서비스 운영 회사나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서울·인천·경기지역 앱 택시 이용자 1000명과 운전사 10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승객들은 한 달 평균 4.3회 택시를 이용했고, 이 중 앱 택시 서비스 이용이 2.6회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말 카카오택시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에 앱 택시 이용이 전체의 60.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앱 택시 서비스 이용 실태가 체계적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앱 택시 서비스 운전사의 골라 태우기가 확인됐다. 거리별로 ‘5km 이상∼10km 미만’(50.2%)의 중거리 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10km 이상 장거리’(26.2%), ‘5km 미만 단거리’(23.6%)의 순으로 나타났다. 도착지별로는 경기 남부권과 서울 강남동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각각 25.6%, 20.6%로 가장 많았다. 반면 경기 동부권(0.2%), 경기 서부 및 인천권(4.8%)은 적었다. 강상욱 교통연구원 대중교통산업정책센터장은 “운전사들이 일부지역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앱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골라 태우기가 가능한 것은 이용자들이 택시를 부를 때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운전사들은 이를 확인하고 쉽게 거부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 운전사 이명수(가명) 씨는 “승객이 호출할 때 여러 운전사에게 동시에 콜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도착지가 아니면 무시한 채 다른 승객을 찾아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승객은 ‘거짓 호출’로 택시를 부르기도 한다. 온라인의 한 택시 운전사 카페에는 “택시에 타면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요청하는 손님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일각에서는 승객들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호출하도록 앱 택시 운영 회사들이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시작된 고급형 택시호출서비스인 ‘우버 블랙’은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고 차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해 골라 태우기를 방지했다고 주장한다.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나 지역을 운행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탄력적인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센터장은 “지자체들이 영국처럼 탄력 요금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앱 택시 운영사들도 골라 태우기를 막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탄력 요금제는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는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앱 택시 서비스의 호출 거절도 승차 거부로 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앱 택시#승차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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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6-01-27 05:00:55

    택시 기사들을 나쁜택시라 욕하는가 현실은 승객하차후 다음승객을 태우기가 너무 어려운현실 서울의택시는 인구대비 차량대수가 초과를 넘어서 포화상태인것을 대중교통 잘되있지 심야버스다니지 어디서 승객을 찾아 하이에나 처럼 헤매이고다닉니게 만드는지

  • 2016-01-27 04:54:34

    싸잡아 나쁜택시들이라 욕하는가 기자들도 특종이나 사건 취재가 안돼면 그자리를 보전받을수없으니 이곳 저곳 기웃거려서 기사거리라도 작성해야하듯이 택시기사들도 한푼이라도 더벌어보겠다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것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꺼리를 만들어 기사한줄이라도

  • 2016-01-27 04:50:39

    기자들 머리속에는 어떤 물질이 담겨 있을까 아무리 이용자가만많은 지역을벗어나면 또다시 승객을 만날수없는 현실은 왜 언급이 없는지 서울에 택시는 인구대비 초과한것이라 말할수없는 포화상태인것을 다들 왜 언급하지않고 돈벌러나온 죄없는 처 자식을위하여 한푼이라도 더벌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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