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유람선이 침수돼 가라앉는 사고가 일어났다. 배에 타고 있던 11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유빙(流氷)이 떠다니는 상태에서 낡은 유람선을 운항하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33분경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에서 광진구 영동대교 방향으로 지나던 이랜드크루즈 소속 코코몽크루즈호(125t급)에 물이 새 선체가 가라앉고 있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이 유람선은 오후 1시 반 송파구 한강잠실지구에 있는 잠실나루를 출발해 동호대교 부근에서 회항한 뒤 다시 잠실나루로 가던 길이었다.
유람선에는 외국인 관광객 5명(미국인 3명, 태국인 2명)과 관광가이드 1명, 승무원 5명 등 총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다 신고 접수 12분 만인 2시 45분 현장에 출동한 119수난구조대에 의해 모두 구출됐다.
코코몽크루즈호는 선미 부분을 시작으로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채 영동대교 인근에 머물러 있다. 당국은 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도록 배수 작업을 벌이며 유출된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크루즈 측은 사고 후 잠실나루 및 여의나루에서 출발하는 모든 유람선 운항을 중단했다.
조만호 이랜드크루즈 대표는 “날이 밝는 대로 인양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그 후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람선이 유빙과 부딪히면서 선체 표면에 금이 갔거나 스크루와 연결된 고무패킹이 빠져 물이 샜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한파가 잦아들면서 한강에는 유빙이 많은 상태다. 이랜드크루즈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협의해 얼음 두께가 5cm 이상이면 운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두고 있으나 이날은 얼음 두께가 약 3cm라서 별다른 조치 없이 운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조한 지 오래된 유람선을 무리하게 운항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 216명인 코코몽크루즈호(옛 한강잠실26호)는 1986년 8월 건조돼 30년 가까이 운항되고 있다. 과거 세모그룹이 한강 유람선 사업을 할 때부터 운항된 것이다.
그러나 이랜드크루즈 측은 “매년 안전점검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도 점검을 마친 만큼 노후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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