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시청역에서 종각역으로 향하던 서울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갑자기 한 남성이 큰소리를 지르며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겁에 질린 승객들은 옆 객차로 대피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승객들은 열차가 종각역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뛰어내렸다.
출근길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린 남성은 서울역에서 20년 동안 노숙을 해 온 강모 씨(51)였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17분경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1호선 열차에 올랐다. 하지만 열차 안에 승객이 많은 걸 보고 화가 난 강 씨는 평소 지니고 다니던 25cm 길이의 과도를 꺼내 휘두른 것이다.
승객들은 경찰과 서울메트로에 흉기 난동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과 지하철 1호선 역무원들이 즉각 강 씨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강 씨가 붙잡힌 시간은 오전 9시 45분경. 첫 범행 이후 약 1시간 20분 동안 강 씨는 지하철 1호선을 여러 번 갈아타며 유유히 서울 도심을 돌아다녔다. 흉기에 찔린 사람은 없었지만 아찔한 ‘1시간 20분’이었다.
강 씨가 난동을 피운 뒤 종각역에 내렸다가 다음 열차를 타고 종로3가역으로 이동할 때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 보안관이 그를 알아봤다. 난폭한 성격의 강 씨는 평소 다른 노숙자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던 ‘문제 노숙자’였다. 하지만 보안관은 흉기 난동이 있던 사실을 알지 못해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하려고 일상적인 하차 조치만 했다.
보안관은 사건 발생 10분이 지난 오전 8시 37분경에야 휴대전화로 사건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이미 강 씨는 자리를 뜬 뒤였다.
현재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 보안관은 100명이 넘지만 이들에게는 무전기가 지급되지 않는다. 비상 상황에서도 개인 휴대전화가 유일한 연락 수단이다.
강 씨는 청량리역까지 갔다가 서울역으로 되돌아왔고 검문 중이던 경찰에게 긴급 체포됐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칼로 위협하면 승객들이 자리를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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