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는 많은데 정작 가진 에너지는 없는 것이 우리의 형편인데도 화석에너지 사용을 추가로 감축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가 폭락 이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자그마치 매일 5억 달러어치씩 에너지를 수입해 썼다. 제조업 강국이지만 에너지 다소비형이다. 제조업 외의 부문도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앞으로도 수십 년은 에너지를 많이 수입해 써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에너지 약국(弱國)’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화석에너지가 아무리 싸도 더는 수입해 쓸 수 없는 상황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초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채택한 파리기후협정 이야기다. 선진국, 후진국 구분 없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줄이기로 한 것이 협정의 골자다. 인류 사회가 지속될 수 있으려면 2100년도의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30년의 온실가스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6월 말 유엔에 제출했다. 단단한 각오로 줄여 나가도 지켜 낼까 말까 한 버거운 목표다.
21세기는 물론이고 22세기에도 제조업은 국부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하고 그 과정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가정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에너지 사용량이 곧 온실가스의 배출량이라는 등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에 허용된 양을 지키는 것이 화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만만치 않지만, 탈출구는 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강원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그런 예다. 이곳에 투입되는 원료는 축산 분뇨, 음식물 폐기물, 하·폐수 처리 찌꺼기 등의 바이오매스(Biomass)와 태양광이다. 모두 재생 가능 에너지원이다. 에너지 자립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없다. 홍천타운에서는 메탄이 주성분인 바이오가스와 퇴비, 태양광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마을에서 얻는 연간 소득은 2억 원에 달한다.
마을 소득이 늘어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사람들이 돌아와 마을 주택도 당초 57호에서 70호로 늘었다. 에너지 생산이 다중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제2의 물산장려운동, 제2의 새마을운동을 촉발하고 견인하기에 손색이 없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올해 안에 경북 경주, 충남 아산 등 5곳에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착공하고 2018년까지는 총 10곳에 건설할 예정이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사업의 일환으로 개도국에 진출하는 것도 추진할 것이다.
이 사업이 세계 경제 불황과 신기후 체제로 시름이 깊은 국민에게 희망의 불꽃, 따뜻한 순풍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환경부는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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