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5·사진)에게 1심 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정치인 가운데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된 첫 사례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직을 잃고 10년간 공무담임권이 제한된다.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완구 전 국무총리(65)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남긴 이른바 ‘성완종 메모’에 등장한 정치인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어서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때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의 음성적 정치자금을 받아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에 남긴 메모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느냐였다. 1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한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과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에 대한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 대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으로 모함하고자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기자로부터 정권 창출 과정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설명해 달란 질문을 받고 금품 공여 사례를 거론한 문답 경위가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금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성 전 회장의 운전사와 수행비서의 진술 신빙성도 모두 인정했다. 운전사는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 앞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선거사무소로 올라갔다”고 진술했고, 수행비서는 “성 전 회장이 후보실로 들어가 이 전 총리와 독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성 전 회장 차량의 이동경로가 담긴 하이패스 단말기 등에 따르면 2013년 4월 4일 오후 4∼5시에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군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이 전 총리를 단독으로 면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이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당일 오전 본사 자금 담당 직원에게서 수행비서 2명에게 순차적으로 전달되는데, 이들의 증언은 일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슨 생각?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전 총리는 재판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 “오늘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항소심을 통해 끝까지 결백을 입증할 것이며, 이번 20대 총선에는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죽은’ 성완종 전 회장이 ‘산’ 이완구 전 총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우선 같은 혐의로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 중인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2011년 6월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는 그동안 “성 전 회장의 메모는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인 증거여서 (재판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또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등장하고도 검찰의 기소 대상에서 빠진 유력 정치인 6명과 이 전 총리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목숨을 끊기 직전 남긴 메모에는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메모에 이름이 적힌 정치인의 금품 수수 여부를 3개월간 수사했지만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여권 핵심 인사 6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뺀 나머지 5명은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서면조사만 해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 등 권력층을 향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약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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