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K0008은 충남 예산군에서 태어난 어린 새다. 작년 9월 3일 우리나라에서 황새 멸종 이후 45년 만에 야생으로 복귀시킨 첫 새다. 그때 K0008은 8개체의 방사한 새들 가운데 막내로 애칭 ‘산황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자연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24일 산황이는 바람이 불던 오전 9시,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내비게이션을 켠 채 전남 신안군 우이도를 떠나 중국 양쯔(揚子) 강 하구를 향해 비행에 나섰다. 산황이의 등에 장착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발신기의 신호음은 고도 600m, 비행 속도는 시간당 52km를 알려왔다. 매우 순조로운 비행이었다. 그러나 이 순항도 6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비구름 층을 만났다.
목적지인 중국 양쯔 강 하구까지는 불과 200km를 앞두고 있었다. 산황이는 비구름층 속에서 기수를 왼쪽으로 선회하여 동중국해를 가로질러 다시 비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3시간 남짓 비구름층에서 빠져나온 산황이는 겨우 온화한 날씨를 맞이한다. 그러나 착륙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였기 때문이었다.
34시간쯤 지났을까, 섬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일본 오키노에라부(沖永良部) 섬이다. 산황이가 이 섬까지 날아온 거리는 무려 1077km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렇게 멀리 날아본 적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산황이는 매우 지쳐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온통 사탕수수밭으로 우리나라처럼 논농사를 짓는 땅이 아니었다. 그래서 논의 습지가 없어 물고기 사냥이 어려웠을 것이다.
도착 후 만 하루가 넘게 지난 11월 27일 오전 9시 35분경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산황이는 오키노에라부 공항 주변을 서성였다. 그리고 그때 가고시마(鹿兒島)에서 출발한 여객기의 오른쪽 날개 하강기류에 떠밀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머리엔 피가 흘렀고 아직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발견한 공항 직원은 살려볼 생각을 하기는커녕 숨을 거두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착한 GPS 발신기와 함께 소각 처리하고 말았다.
공항 직원은 사건경위서에서 황새인 줄 모르고 소각했노라고 주장했다. 이건 아닌데…. 모르고 한 행위일지라도 일본의 문화재보호법 제196조 무단 현상변경죄에 해당돼 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타인의 재물(GPS 발신기) 손괴죄도 추가 적용해 고발했다.
우리보다 먼저 황새 복원에 성공한 일본, 그리고 황새를 방사하는 날 일본은 왕자 부부가 참석할 정도로 떠들썩하게 국가 행사로 치렀다. 산황이가 죽은 건 사고라 치자! 몸에 100g이나 나가는 GPS 발신기까지 차고 있는 새를 어찌 아무 개념도 없이 소각 처리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일본에서 일어났다. 일본 수사 당국은 엄정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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