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 민심의 ‘총선 균형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진박’ ‘비박’ 등 무슨 무슨 박(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대구와 정치권에 무성하다. 하지만 대구 민심에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묘한 균형감이 읽힌다.

박 대통령에 대한 ‘TK(대구경북) 지역’의 애정은 여전하다. 그렇더라도 지역과 나라를 위한 일꾼인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총선은 이와 분리하려는 게 대체적인 지역 민심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법적 임기가 끝나더라도 퇴임 후에 오랫동안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임기는 5년이 아니라 무기한이다. 박 대통령 당선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는 대구경북 지역은 대통령의 성공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 이런 점에서 예비후보들이 대통령을 위하는 마음을 강조하는 점은 이해할 만한 측면도 있다.

지역 국회의원 물갈이 이야기와 최근 부쩍 늘어난 무슨 박에 대한 이야기가 어지럽지만 대구 민심이 차분한 이유는 유권자들이 그런 측면을 깊이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박 마케팅’에 대한 피로감이나 짜증, 거부감이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살피는 냉정함이다. 일부 예비후보들이 이른바 ‘진박’을 강조하지만 지역 민심은 오히려 이를 견제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구 민심은 ‘누가 지역일꾼으로서 나라 발전에 도움에 될 것인가’에 균형추를 두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같은 논리가 그다지 표심을 파고들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무슨 박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후보의 주체적인 역량은 떨어지는 무능을 보여준다고 유권자들은 판단할 수 있다.

많은 후보들이 박심을 강조하고 지역발전을 외치고 있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유권자들을 주변에서 적잖이 본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해왔는지는 경력과 실적을 보면 옥석(玉石)과 가능성을 가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침묵하는 다수의 대구 민심은 유권자를 좌지우지하려는 정치권의 얕고 엉성한 계산이나 의도를 넘어 후보들의 역량을 세밀하게 살펴볼 것이다. 진실하게 대구의 미래를 위해서.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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