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법무부, 보호관찰 190만명 정보 분석… 재범 예상 시기에 심리치료 등 추진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법무부 보호관찰관과 마주 앉게 된 A 군(17)은 속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A 군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A 군을 때렸다. 아버지는 A 군에게 “너 때문에 엄마가 가출했다”고 했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술 담배를 하던 A 군은 결국 남의 오토바이에 손을 댔다.
보호관찰관은 A 군과 면담하면서 주요 사항들을 하나씩 적어 나갔다. 가정폭력, 경제적 궁핍, 어머니 가출, 미성년 음주 및 흡연…. 면담이 끝나고 보호관찰관은 면담 내용을 재범 예측 시스템에 입력했다. 재범 예측 시스템에서 A 군과 같은 조건을 가진 대상자가 234명이 검색됐다. 이들의 재범률은 14%였으며 재범이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보호관찰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재범자의 43%는 강도를 저질렀다. 보호관찰관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A 군에 대한 집중 상담 시기를 정했고, 복지 체계 전달 등 경제 지원책을 손봤다.
교정 당국의 재범 예측 시스템을 묘사한 이런 가상의 사례가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한 차례 이상 범죄를 저질러 교정 당국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대상자가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재범 예측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범죄 예방 시스템(프리크라임·Pre-Crime)’으로 사전에 범죄를 예방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일부 현실화되는 것이다.
다만 영화는 예지(叡智) 능력을 바탕으로 범죄를 예방하지만 정부는 범죄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부는 그동안 축적된 보호관찰 대상자 190만 명의 정보와 이들이 저지른 13만 건의 재범 사례를 비교 분석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보호관찰관은 고위험 보호관찰 대상자와의 상담에서 대상자의 나이, 가족관계, 학력 수준, 직업 안정성, 월수입, 알코올의존증 여부 등을 파악한 뒤 재범 예측 시스템에 입력한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범죄 정보를 분석해 대상자의 예상 재범률, 재범 시기, 재범 유형을 통계적으로 파악한다. 이를 통해 보호관찰관은 예측되는 재범 시기에 맞춰 대상자에게 정신·심리 치료 등을 제공하고 취업 프로그램, 주거와 생계 프로그램을 알선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돕게 된다.
정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같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고, ‘범죄에 사전에 개입’한다는 개념 때문에 재범 예측 시스템 도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재범 없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범죄 정보도 개인을 전혀 특정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