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자 콘크리트로 된 널찍한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양옆에는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여럿 보였다. 미로 같은 이곳은 2013년 1월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를 하늘로 쏘아 올린 발사대 아래에 숨겨진 공간이다.
지난달 28일 그동안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았던 나로우주센터(전남 고흥군 봉래면)의 발사대 아래 지하 문이 열렸다. 이 발사대는 2017년 12월 한국형 발사체의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곳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지하엔 나로호 발사 당시 연료를 담아놨던 저장고와 공급 배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러시아 연구원들이 머물렀던 방도 있다. 애초 나로호를 운용하고 점검하기 위한 전자장비가 있었지만 현재는 케이스만 남아 있다. 핵심 기술이 들어 있는 본체는 러시아 연구원이 뜯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발사를 하는 내년이면 국내 기술로 만든 전자장비가 가득 들어찰 예정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연구원 200명 정도를 투입해 당시 썼던 전자 장비를 연구했다. 현재는 대부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한국형 발사체의 시험발사체 제원도 공개됐다. 1단에 추력(분사에 의해 생기는 추진력) 75t급 엔진과 2단에 추력 7t급 엔진을 단 2단계 로켓이다. 상단 7t급 엔진의 높이는 10.5m고 아래를 지탱하는 75t급 엔진은 15.6m로 총길이 26.1m다. 최대 지름 2.6m에 무게는 53t이다. 고도 229km까지 향하는 시험발사인 만큼 별도로 위성이 탑재되지는 않는다.
시험발사를 위한 엔진 개발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갈 엔진 개발에 필수적인 3개 실험 시설(고공·지상·3단 엔진 연소 시험 설비)이 나로우주센터에 마련됐고 7t급 엔진은 100초 연소 시험을 처음 통과했다. 75t급 엔진에 대해서도 올해 상반기(1∼6월) 연소 시험을 할 예정이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그동안 75t급 엔진 연소기 시험에서 불안정한 결과를 보여 애를 먹었는데 지난주 아주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 제대로 방향을 잡아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0년 달 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발사체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3단으로 개발하면 달까지 탐사선을 보내기에 에너지가 부족해 3단 위에 단을 하나 더 추가할 예정”이라며 “나로호에 쓰였던 국산 고체 모터가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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