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내 아이 학생부, 얼마면 되겠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과열된 학생부 챙기기…강남 중심 ‘학생부 컨설팅 학원’ 성행

《충남의 예비 고3 학부모 A 씨. 얼마 전 서울 강남에 있는 이른바 ‘학생부 컨설팅 학원’을 찾았다. 의사를 꿈꾸는 자녀의 학생부를 이 학원 원장에게 보여준 뒤 3학년 1학기 때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고 해당 학생부로 어떤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얻기 위한 것. 담임교사에게 학생부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부랴부랴 서울까지 찾아온 것이다. 1시간 반 진행된 상담 이후, 학원측이 A 씨에게 상담 비용으로 제시한 금액은 50만 원. 금액을 지불한 A 씨에게 학원장은 “학생부의 독서활동상황이 부실하므로 추가 컨설팅을 한 차례 더 받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며칠 뒤 A 씨는 학원장으로부터 ‘독서활동상황 컨설팅은 책 한 권당 3만∼7만 원, 15권은 50만 원’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학생부 컨설팅 학원’을 찾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학생부 컨설팅 학원’을 찾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

“학생부 모든 사항 챙겨줍니다”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명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학생부 항목을 점검해주고 보완해주는 ‘학생부 컨설팅 학원’들이 성행한다. 학년별 학생부 입력 마감 기한인 2월에 들어서면서 지방에서 서울까지 ‘원정’을 오는 학부모들도 늘었다.

이들 업체들은 학생부의 ‘독서활동상황’,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을 비롯해 학교 담임교사가 학생을 수시로 관찰한 뒤 학생의 잠재력, 인성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까지 점검하고 보완내용을 알려준다.

서울 강남의 B 컨설팅 학원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생부의 모든 사항을 챙겨주겠다’며 홍보한다.

독서활동상황의 경우, 학생이 읽은 책 제목을 학원 강사에게 알려주면, 강사는 해당 책의 줄거리를 파악한 뒤 느낀 점을 가상으로 지어낸다. 학생은 2∼3줄의 깔끔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재탄생된 독서활동기록을 고스란히 고교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는 것.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 보완에 드는 비용은 80만∼100만 원. 우선 컨설팅 업체 강사가 학생과 상담하고 학생부를 면밀히 살피면서 학생의 성품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키워드들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 강사가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덧붙인다. 학생은 이를 담임교사에게 제출해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B 컨설팅 학원장은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고교 담임교사로부터 “학생부를 보고 수정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작성해오라”고 요청받거나 아예 학생부 컨설팅을 받아오라고 과제를 받는 경우도 간혹 있다”면서 “상위권 학생이 학생부의 특정 항목이 부실해 대학 진학에 발목을 잡힐 순 없으므로 학생이 보완해온 사항은 교사가 가급적 학생부에 반영해준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1000만 원 이상 투자하기도

이처럼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함에도 거리낌이 없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2016학년도에 의대 입학을 목표로 했던 자녀를 둔 아버지 C 씨는 지난해까지 자녀의 학생부 관리를 포함해 소논문 작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의 스펙을 만들어주는 이른바 ‘학생부 전형 패키지’ 서비스에 1000만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C 씨는 자녀의 모의고사 성적으로 의대에 지원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학생부 전형에 ‘다 걸기’ 하기로 마음먹은 것. 컨설팅 내용은 자녀의 학생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과 ‘창의적 체험활동’란에 기재됐고 자녀는 이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썼지만 지원한 의대에서 모두 떨어졌다.

2017학년도에 도입 3년차를 맞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사소한 경험들이 ‘스펙’으로 탈바꿈 되는 합격 사례를 자주 접한 학부모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생부 컨설팅 업체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최상위권대를 노리는 예비 고3 자녀를 둔 어머니 D 씨는 “학생부 전형이라고 해서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내 자녀의 학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성적표와는 달리 학생부는 항목이 10번까지 있어 복잡한데다가 아무리 봐도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항목을 보완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컨설팅 거친 학생부, 평가는 어떻게?

학생부 컨설팅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의 진위를 어떻게 판가름할까. 주요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거짓으로 기재된 내용은 면접에서 드러난다”는 의견이다.

상위권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소논문의 경우 연구주제 선정, 자료수집 과정 등에 대해 면접에서 소상하게 물어보면서 진위를 판가름한다. 이런 방식은 독서활동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거짓임이 드러나면 오히려 감점을 받는다”고 전했다.

최상위권 대학의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이 직접 써왔다 해도 선생님이 사실관계 파악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입학사정관들은 기본적으로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보고 특정 학생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성 kimjs6@donga.com·이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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