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아기 때와 달리 부모가 통제하기 어렵다.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리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이가 자율성을 키워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험한 세상에 내놓는 것 같아 불안하기 그지없다. 특히 연령과 상관없이 거친 표현과 욕설이 난무하는 요즘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더욱 염려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초등학교 시절은 인성과 학습능력이 결정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이때 경험한 좋은 자극과 환경은 그대로 아이들의 뇌에 저장되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의 뇌는 각종 자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섬세하고 다양한 오감 자극을 제공하면 뇌 속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가 정교해져 지능과 학습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문제는 좋은 자극뿐만이 아니라 나쁜 자극에도 뇌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욕설을 자주 듣거나 화려하고 빠르게 전환되는 스마트폰 화면에 노출되면 인지기능과 사고능력이 망가지기 쉽다.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학습과 관련된 집중력과 주의력은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민감한 상태의 뇌를 이른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고 한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워싱턴 주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사람들일수록 강한 자극을 받으면 팝콘이 튀면서 부풀어 오르듯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 또는 느리고 섬세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지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팝콘 브레인이 되면 여간 강력한 자극이 아니고서는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희망적인 것은 성장기 아이들의 뇌는 유연해서 잘못된 자극과 시냅스의 연결을 수정해 주면 개선의 여지도 많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도록 부모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가족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아이에게 운동이나 춤 등 취미를 마련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해 부모가 먼저 올바른 사용 습관을 보여줘야 한다. 집에서만큼은 특정 시간대에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규칙을 정하거나 최소한 아이와 대화하는 순간만큼이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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