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 사장 가족동반 호화출장 의혹…100만원짜리 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15시 32분


방석호 사장의 딸이 방 사장의 2015년 9월 뉴욕출장 기간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 제공.
방석호 사장의 딸이 방 사장의 2015년 9월 뉴욕출장 기간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 제공.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이 지난해 미국 출장 당시 가족을 동반해 국민 혈세로 외유(外遊)를 하고 지출결의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방 사장은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시기에 맞춰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아리랑TV는 국내 방송사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생중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1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아리랑TV 내부 자료에 따르면, 그의 출장은 연설 생중계 준비와는 무관해 보인다.

방 사장은 9월 24일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뉴욕 중심가의 캐비어 전문점에서 930달러(한화로 약 113만 원) 어치 식사를 했다. 27일 방 사장은 뉴욕에서 두 시간이나 떨어진 쇼핑몰인 우드베리 아울렛에 가서 식음료를 사고 44.48달러(4만2000원)를 썼다. 28일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516달러(63만 원)짜리 식사를 했다. 비용은 모두 법인카드로 계산하고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방 사장은 이후 경비 증빙 서류에 오준 유엔대사 등 현지 외교관들과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지만, 해당 외교관들은 영수증에 찍힌 날짜에 방 사장과 식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스테이크 전문점과 쇼핑몰 식당은 가족과 함께 간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동반 국외출장은 방 사장의 딸이 ‘아빠 출장 따라오는 껌딱지 민폐딸’, ‘우리 가족의 추석 나들이’ 등의 설명과 함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알려지게 됐다.

당시 국외출장에 동행했던 직원들에 따르면 방 사장은 9월24~29일 5박7일간 일정 중 취재진과 잠깐 만나 식사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도로 움직였다고 한다.

이 기간 방 사장은 하루 렌트비만 1000달러에 달하는 리무진을 빌려 호화 레스토랑을 돌아다닌 정황이 있다. 아리랑TV 취재진이 이용한 미니밴은 렌트비가 하루에 100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 사장은 렌터카 비용으로 총 4140달러를 썼다.

최 의원은 또 방 사장이 지난해 5월 아들의 미국 대학 졸업식 일정에 맞춰 계획에 없던 미국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은 “아리랑TV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으로 재원이 열악해 정부 기금까지 지원 받고 있는데 그 수장이 회삿돈을 흥청망청 쓰고 범죄에 가까운 도덕적 해이를 저질렀다”며 방 사장의 퇴진과 전면 감사를 촉구했다.

언론노동조합은 2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TV 사옥 앞에서 ‘아리랑TV 방석호 사장 퇴진 및 국민혈세 환수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아리랑TV 측은 “공식 일정이 빈 시간대에 딸과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잠시 올렸다 지웠고, 회사의 비용으로 가족의 비행기표 등 여행경비를 부담한 사실도 없다”며 “정산서 오기는 정산부서 실무자의 착오”라고 해명했다.

아리랑TV는 해마다 수십 억대의 적자가 나 705억 원 수준이던 설립기금이 2~3년 안에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