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걱정은 덜었지만 교사들 적극 생활지도 꺼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어린이집 CCTV 의무화후 현장은
학부모 “사고 나도 증거 있어 안심”… 교사들 “학대 오해 받을까 교육 조심”

“CCTV 설치만으로 마음이 놓여요.”(어린이집 학부모 A 씨)

“아이와 거의 스킨십을 하지 않아요”(보육교사 B 씨)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18일까지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전체 어린이집 4만2339곳 중 설치 예외인 곳을 제외하고 총 3만8624곳 중 3만8607곳에 설치가 완료된 것. 미설치 17곳은 폐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운영이 중단된 곳이다.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는 지난해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양모 씨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원생의 뺨을 때린 사건 이후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쳐 추진됐다.

CCTV 설치 40여 일이 지난 지금, 어린이집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다수 학부모는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했다. 만 2세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주부 김신영 씨(38)는 “지금까지 CCTV 영상을 보여 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사고나 학대가 있을 때 증거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CCTV는 아동학대 수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천 서구 마전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배모 군(5)의 앞니 2개가 부러졌을 때 보육교사 윤모 씨(31·여)는 “아이들끼리 책상을 밀며 놀다가 다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모와 경찰이 CCTV를 확인해 보니 윤 씨가 배 군을 탁자에 세게 밀어붙이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 영상을 증거로 앞세워 윤 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이용욱 경찰청 여성계장은 “아동학대 사건의 피의자는 일단 발뺌부터 하고 보는데, 아동의 구체적이지 않은 진술만으로는 수사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CCTV 설치 후 이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신영 관악구립복은어린이집 원장도 “과거엔 아이의 몸에 상처가 있거나 아이가 불만을 제기할 경우 학부모들이 ‘교사가 학대한 것이 아니냐’ 의심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CCTV가 있어 학부모의 오해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행동에 제약이 따르면서 훈육이 사라지고 또 다른 방임에 대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0세반 담임을 맡고 있는 보육교사 C 씨는 “예전엔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먹였는데, 지금은 그냥 놔 둔다”고 털어놓았다. 또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는 등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면 ‘생각하는 의자’에 오랫동안 앉혀 놓는 벌을 줬는데, 이 모습 역시 CCTV에서 아이를 방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D 씨는 “CCTV 영상에 소리가 없어 아이와 서로 껴안고 장난치는 모습도 자칫 학대하는 모습으로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CCTV가 모두 설치된 상황에서 이 기기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CCTV 영상을 교사의 실력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CCTV 영상을 교사 지원센터에 송출하면 전문가가 영상 속의 교사와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살펴본 후 피드백해 준다는 것. 우리나라 역시 몇몇 어린이집에서 CCTV 영상을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조건희 기자
#cctv#아동학대#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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