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열정은 항상 추운 겨울의 졸업식장에 감동을 준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70, 80대 할머니 세 명이 극성스러울 만큼 뜨거운 향학열을 불태워 석사학위를 손에 쥐었다. 4일 충남 천안의 남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나란히 받는 이분희(82·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통자(76·경기 양주시 은현면), 이유순 씨(72·서울 중랑구 면목동)가 그 주인공이다.
○ 중학과정 시작 10년 만에 석사 취득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른 이들을 ‘공부 자매’로 맺어준 곳은 이 대학의 자매학교로 평생교육기관인 서울의 진영중고교였다. 4년 만에 중고교 과정을 모두 배우고 정식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세 사람은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2006년 이 학교 중학교 과정의 문을 두드렸다. 이분희 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배울 기회를 놓쳐 항상 아쉬움이 컸던 차에 어느 날 신문 광고를 보고 한번 공부해 보겠다고 용기를 냈다. 뒤늦게 책을 잡는다는 것에 걱정이 앞섰다는 강통자 씨는 “결혼 후 줄곧 모셔오던 시부모가 돌아가시자 공허함이 찾아왔을 때 쓸쓸하고 허무해하는 저를 보고 남편이 공부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2010년 2월 꿈에 그리던 고교 졸업장을 손에 넣었지만 향학열은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내친김에 소정의 학점을 따면 대학 학위를 주는 독학사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수강한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학점을 딴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 원칙에 따라 이들은 2013년 남서울대에서 학사학위 졸업장을 받았다. 이제 세 사람은 석사학위도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만학,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
50, 60대 대학원 동급생들도 만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마당이었지만 긴 통학을 하면서도 남들보다 훨씬 앞서 강의실에 도착해 귀를 세웠다. 침침한 눈을 비벼가면서, 저린 어깨를 스스로 주물러 가면서 하루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 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전철로 3시간이나 걸렸고 손에 익지 않은 컴퓨터로 뭔가 만들어 제출해야 할 때 난감하기도 했지만 결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향학열 덕분에 세 사람은 매 학기 성적우수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중학교 과정에 발을 디딘 지 꼭 10년 만에 이들은 4일 석사모를 쓴다. 공정자 남서울대 총장은 이 할머니들에게 특별상인 ‘시니어 리더상’을 수여해 만학의 열정을 격려할 계획이다.
석사 학위 취득을 앞둔 할머니들은 “공부를 다시 하면서 손자들에게 더 자랑스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었던 게 가장 기뻤다”며 “만학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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