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기간제 교사로 일해 온 양모 씨(36·여)는 남자친구 정모 씨(42)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만날 때마다 명품을 몸에 걸치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쏟아내는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 씨는 지난해 9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정 씨를 알게 됐다. 그는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양 씨는 “정교사 채용을 하는 경기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에 취직하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자 정 씨는 “이 학교 이사장의 사건을 수임한 적이 있어 연줄이 있으니 돕겠다”며 학교발전기금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8720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 씨의 어머니는 딸의 남자친구가 미심쩍었다. 인터넷에서 법조인을 검색한 결과 이름, 경력, 나이는 일치했지만 얼굴이 달랐다. 어머니는 지난달 5일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일 정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대학 문턱도 밟지 못한 그는 2008년엔 검사, 2013년에는 국립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속여 각각 2년, 2년 3개월의 실형을 살았던 전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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