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주남저수지→주남호’ 명칭 변경 놓고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수심 낮아 호수 이름 맞지않는다”… 인근 주민들-환경단체 반응 싸늘
창원시 “여론 수렴중… 확정안돼”

지난달 30일 창원시는 주남저수지에서 큰고니들을 위해 고구마 500kg을 뿌렸다. 저수지가 얼어 새들이 먹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창원시 제공
지난달 30일 창원시는 주남저수지에서 큰고니들을 위해 고구마 500kg을 뿌렸다. 저수지가 얼어 새들이 먹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창원시 제공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생각을 들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곤란합니다.”

경남 창원시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남저수지의 명칭 변경과 관련해 임희자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1일 “황당하다”고 했다. 임 실장은 ”관광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외부 인사의 말 한마디에 수십 년 동안 지역민은 물론이고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이름을 바꿔야 하느냐”고 따졌다.

주남저수지를 ‘주남호’로 바꾸자고 제안한 강우현 제주탐나라㈜ 대표를 겨냥한 말이다. 북한강 남이섬을 관광 명소로 만든 강 대표는 얼마 전 안상수 창원시장과 주남저수지를 둘러보며 명칭 변경을 건의한 인물이다.

주남저수지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창원시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저수지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응이 싸늘한 탓이다. 마창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반대 성명을 냈다.

임 실장은 “호수는 통상 수심이 깊고 규모가 큰 저수지를 일컫는다”며 “수심이 1∼2m에 불과한 습지인 주남저수지는 호수로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생물종 다양성이 강점인 주남저수지 이름을 주남호로 바꾸면 생태적 가치만 떨어뜨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민들이 의견도 비슷하다. 양해광 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은 “주남저수지는 둑을 쌓기 이전엔 낙동강 배후 습지였고 위치에 따라 ‘동판(가월)늪’ ‘산남(합산)늪’ ‘용산늪’ 등으로 불렸다”며 “주남저수지도 1980년대부터 사용한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양 관장은 “생태 관광을 위해서라면 ‘주남호’보다 ‘주남늪’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창녕 우포늪을 예로 든 그는 “관광 정책이든 명칭 변경이든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남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는 “행정구역의 명칭 조정은 있었으나 ‘저수지’를 다른 이름으로 바꾼 적은 없다”고 밝혔다.

창원시 건축경관과 관계자는 “주남저수지 명칭을 바꾸려고 하지만 아직은 준비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며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공청회 등을 거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현지 조사를 통해 ‘지명 현황 조사표’를 만든 뒤 주민과 한국농어촌공사, 환경단체 등이 참가하는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창원시와 경남도 지명위원회를 거친 뒤 국가지명위원회에 상정해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등록 절차도 남아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주남호’로 바뀌면 ‘환경수도(首都) 창원’의 생태 관광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남(403만 m²) 동판(399만 m²) 산남저수지(96만 m²)로 이뤄진 주남저수지는 인근 농경지 479만 m²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 조절 기능도 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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