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무등산 권역 ‘누정·가사문화’ 관광자원화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소쇄원 등 효율적으로 알리자”… 광주시-북구-담양군 간담회
3월 사업추진단 발족하기로

전남 담양에는 누정(樓亭)이 지천이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인 소쇄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제월당을 둘러보고 있다. 담양군 제공
전남 담양에는 누정(樓亭)이 지천이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인 소쇄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제월당을 둘러보고 있다. 담양군 제공
무등산 동북쪽 자락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광주호 주변엔 조선조 가사문학의 터전인 누각과 정자가 즐비하다. 전남 담양군 봉산면 면앙정은 송순(1493∼1583)의 면앙정가가 탄생한 곳이다. 이웃한 고서면 송강정은 1584년(선조 17년) 송강 정철이 대사헌을 지내다 당쟁으로 물러난 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지은 곳이다. 남면 식영정은 1560년 서하당 김성원이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다. 송강은 이곳에서 성산별곡을 지었다. 인근엔 양산보(1503∼1557)가 조성한 한국의 대표적 정원인 소쇄원이 자리하고 있다. 소쇄원 입구 계곡 건너편은 행정구역으로 광주 북구다. 이곳에서는 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겼던 환벽당과 취가정, 풍암정 등을 만날 수 있다.

○ 유산 훼손 않고 관광자원화


광주시와 담양군이 무등산 권역 누정과 가사문화 유산을 관광자원화하기로 했다. 두 시군은 지난달 29일부터 1박 2일간 담양군 죽녹원 시가문화촌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최형식 담양군수, 장학기 광주 북구 부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국립광주박물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광주비엔날레, 광주문화재단, 광주관광컨벤션뷰로, 광주관광협회, 코레일 광주본부와 학계 관계자, 전문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간담회는 광주와 담양 등 자치단체 간 경계를 허무는 상생 시도일 뿐 아니라 문화 교통 관광 등을 망라한 기관 단체가 동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참석자들은 누정·가사문화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사업을 구분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연 및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피해야 할 사업과 계승 발전을 위해 다듬어 개발해야 할 사업,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장현 시장은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미래의 자산이므로 훼손 없는 보존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장은 “범위를 정해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1단계는 소쇄원 반경 500m, 2단계 송강정, 면앙정 포함 등으로 단계별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문화 감수성 키우는 사업

기반시설 위주의 사업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선비문화를 재현하는 행사나 바둑대회, 전통문화 상설공연 등을 개최하고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우경 전 고려대 교수는 “한류 바람을 잘 활용해 중국인 등 외국인을 위한 볼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선비문화를 보여주는 전국바둑대회를 누정에서 개최하면 전국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누정문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도보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쇄원 매표소와 주차장을 없애고 가사문학관이 관람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가사문학관에 주차한 관람객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누정문화의 정신을 일깨워준 뒤 2시간 정도 걸어서 둘러보는 코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와 북구, 담양군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구성도 제안됐다. 이 자치단체들은 다음 달 사업추진단을 꾸리고 간담회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최형식 담양군수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효율적으로 알리고 관리하는 방안을 찾는 소중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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