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주 해저터널’ 재점화에 시큰둥한 제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전남도 신규사업 발굴보고회서 기상이변 대비 철도망 구축 요청
제주도 “제2공항 건설이 급선무”… 논란 막으려 공식대응 자제 모드

제주지역이 최근 한파와 폭설로 고립사태를 겪은 것을 계기로 전남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안으로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전남도는 신규사업 발굴보고회에서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폭설 등 기상이변에 대비해 서울에서 제주까지 고속철도(KTX)를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남도는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주요 정당에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을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 해저터널 제안에 제주도는 시큰둥

해저터널 건설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는 박준영 전남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동으로 “해저터널을 국책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의 타당성 용역 결과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돼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16조8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비용 부담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었다.

전남도는 정부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해저터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지사는 2014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해저터널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번 제주 고립사태를 계기로 해저터널 건설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관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사업 타당성을 알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논란거리를 만들어 이슈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 들어서는 ‘제2공항’ 건설이 시급한 현안이어서 여기에 올인(다걸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정부가 투자하는 대형 국책사업에 집중력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제2공항 외에 제주시 탑동 신항만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해저터널을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해저터널 사업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고립사태로 대체 교통수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론화하지 않으면 건설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저터널 어떻게 뚫나

길이 167km인 목포∼제주 KTX사업은 공사 기간만 16년이 걸리는 대형 공사다. 목포∼해남 66km는 지상으로, 해남∼보길도 28km는 해상 교량으로 연결하고 보길도∼제주도 73km는 중간 지점인 추자도를 경유해 해저터널로 만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철로는 최대 수심 120m의 해저면에서 지하 50m가량을 뚫어 놓는다. 이 구간을 KTX가 달리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해저터널 공법은 일반적으로 실드-TBM(Shield Tunnel Boring Machine),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 침매터널 등 3가지가 있다. 실드-TBM 공법은 원통 모양으로 생긴 터널 굴착장비로 머리 부분에 달린 칼날을 회전시켜 구멍을 파는 공법이다. NATM 공법은 터널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공법으로 천공 또는 발파 후 굴착한다. 침매터널 공법은 바다 밑을 뚫는 게 아니라 제작한 함체(구조물)를 바다 밑에 설치해 연결하는 것이다. 목포와 제주 바다는 수심이 깊어 침매터널보다는 실드-TBM 공법이 사용될 것으로 전남도는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일본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 간 53.9km(해저 23.3km)의 ‘세이칸(靑函)터널’이 1988년 완공됐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50.5km(해저 38.4km)의 ‘채널터널’은 1994년 개통됐다. 최근 핀란드와 에스토니아가 양국 수도를 잇는 80km의 해저터널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중국에서는 광둥(廣東) 성∼하이난(海南) 성 30km, 랴오닝(遼寧) 성∼산둥(山東) 성 123km의 해저터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임재영 jy788@donga.com/ 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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