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는… ‘야누스 목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밖에선 독일 유학 박사 신학대 교수… 집에선 딸에게 손찌검 ‘나쁜 아빠’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 아버지 이모 씨(왼쪽 사진)와 계모 백모 씨가 3일 유치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부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 아버지 이모 씨(왼쪽 사진)와 계모 백모 씨가 3일 유치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부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야누스의 두 얼굴.’

자신의 딸(사망 당시 13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집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씨(47). 그는 집 밖에선 성실한 교수이자 신실한 목사였다. 하지만 집에선 딸에게 손찌검하는 나쁜 아빠였다.

이 씨가 겸임교수로 일하는 경기 부천시 S신학대 교수와 제자들은 3일 “그는 절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정론을 폈다. 이 씨는 20대 후반 늦깎이 학생으로 이 대학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에서 신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유학 중 암 투병을 하던 부인과 사별하고 귀국해 재혼한 뒤 전처와 낳은 자녀(1남 2녀)와 어렵게 생활했다고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 체포 직전 출강하는 대학 관계자에게 “딸이 죽기 전날 밤 가출하고 돌아와 밤늦게까지 식구들끼리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참회했다. 딸이 잠자리에 드는 걸 보고 잤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죽어 있었다”며 “딸이 자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씨가 ‘막내딸의 방황이 너무 심했다. 툭하면 가출해 여러 차례 잡아왔다. 타이르고 혼을 내도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해도 친부가 숨진 딸을 약 11개월이나 집 안에 방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씨는 주변에 딸의 일탈과 방황에 대한 고민만 털어놓았지 빗자루 등으로 폭행한 사실은 철저히 감췄다.

이 양이 학대받았다는 사실은 딸의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모를 뻔했다. 이 양의 절친한 친구 A 양이 경찰에 “친구가 지난해 3월 15일 가출한 직후 만났는데 종아리와 손에 멍 자국이 있었다. 물어 보니 ‘전날 맞았다’고 말했다”고 증언하면서 이 양 시신 유기 사건이 드러났다. A 양은 본보에 “그 친구가 지난해 3월 사망하기 전 마지막 가출했을 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이유도 갈 데가 딱히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 양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평소 표정이 어두웠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에게만 가끔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 양은 부모와의 갈등을 피해 2012년경부터 계모의 여동생 백모 씨(39) 집에서 지냈다. 그곳에서도 폭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A 양은 “친구가 ‘함께 살던 계모의 여동생도 무섭고 엄하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백 씨의 딸도 “엄마가 언니(이 양)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며 자주 혼냈다”고 했다.

부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야누스#목사#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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