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마약배낭’도 못 잡아낸 인천공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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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2015년 10월부터 10만명분 반입… 김해공항서도 중국인 밀입국해 잠적
밀입국 베트남人5일만에 붙잡혀

약 석 달 전 부산 김해공항에서 중국인 환승객 한 명이 입국심사대를 몰래 통과해 밀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국제공항뿐 아니라 지방공항의 보안에도 구멍이 뚫린 것이다.

3일 법무부 김해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중국인 J 씨(46)는 지난해 11월 8일 사이판을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오전 6시 20분경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J 씨는 3시간 뒤 중국 푸둥(浦東)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2층 출국장이 아닌 1층 입국장으로 향했다. 그는 몸을 숙인 채 입국심사대와 감독관 자리 사이 직원용 통로로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통로 폭은 성인 1, 2명이 나란히 설 수 있는 정도다.

당시 입국심사대에는 감독관을 포함해 7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J 씨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김해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날이 일요일 오전이라 승객이 붐비던 상황이었다”며 “출입국사무소 특별조사팀이 3개월째 행방을 쫓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는 경찰에 J 씨 검거 협조를 따로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밀입국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시가 100억 원 상당의 마약이 밀반입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3kg을 국내에 들여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송모 씨(44)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는 필로폰을 얇게 펴 진공 포장한 뒤 배낭 사이에 넣어 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한 번도 인천공항 세관 검색대에서 걸리지 않았다. 검색대에서 개인이 들고 들어온 가방은 제대로 검사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송 씨가 밀반입한 필로폰은 1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한편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자동입국심사대를 강제로 열고 도주한 베트남인 환승객 N 씨(25)가 붙잡혔다. 그는 3일 오후 대구 달성군의 한 빌라에서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 B 씨와 함께 검거됐다. 밀입국한 지 5일 만이다.

출입국사무소는 N 씨가 밀입국 직후 아내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베트남 공안에 협조를 요청해 아내에게서 한국 내 N 씨의 지인 이름과 연락처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N 씨와 지인 등을 실시간 감청한 끝에 위치추적에 성공했다. 출입국사무소는 그의 밀입국을 지인이나 브로커가 도왔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부산=강성명 /김호경 기자
#마약#인천공항#밀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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