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인한 성기능장애 판결 보니
월 4회 최다… 10회서 3회까지 고무줄
70대 이후엔 1회로… 치료비 3배차도
화물차 운전사인 박모 씨(57)는 2011년 1월 인천의 한 하역장에서 크레인 고리를 연결하다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박 씨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하역장 주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주 2회의 발기유발제(비아그라) 구입 비용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주 1회 복용만 인정했다.
불의의 사고로 성기능에 장애가 생긴 남성에게 법원이 인정하는 피해보상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결론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법원이 남은 생애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성생활 횟수를 사안별로 각기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에 같은 나이에 사고를 당해도 치료비는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9일 대법원 판결검색시스템을 통해 각 지방법원 판결문 20개를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폭행사건 등으로 성기능을 잃거나 약화된 남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 기준이 되는 성생활 횟수는 재판부별로 차이가 났다. 법원은 성생활 가능 횟수를 연령과 상관없이 월 3∼8회로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40, 50, 60대 연령별로 구분했다. 연령 구분 없이 횟수를 정한 판결문은 월 4회, 8회, 5회, 3회 순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에 월 8회로 본 판결이 있는가 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월 3회만 인정한 판결도 있었다. 2013년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주당 2.42회로 가장 많은 성생활 횟수를 인정했다. 남성의 성생활 가능기간을 69세까지로 본 판결이 대다수였으나 70대 이후까지 인정한 판결의 경우 월 1회로 계산했다.
이처럼 법원별로 성생활 가능 기준이 천차만별인 것은 당사자마다 더 많은 배상액을 받기 위해 주장하는 성생활 횟수가 다르고 이를 바탕으로 한 법원의 배상액 인정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법원에는 장애에 따라 노동능력 상실 정도를 객관적으로 환산하는 ‘맥브라이드 평가표’가 있지만 성생활 가능 횟수에 대해선 기준이 없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성생활 가능 횟수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의 감정영역이라기보다는 당사자의 기존 성생활 횟수나 의학적 소견을 판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개별 사안별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에서는 발기부전 치료방법으로 비아그라 복용을 통한 약물치료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복용으로 약효가 감소되면 주사요법을 쓰고 마지막으로 보형물 삽입 등 수술치료를 고려했다. 법원이 인정한 비아그라 가격도 차이가 났다. 50mg 용량 기준으로 개당 6000∼8260원 선이 많았지만 1만3000원으로 계산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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