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대학 지원 사업’으로 불리는 프라임(PRIME·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교육부는 내달 말까지 응모 대학들의 사업계획서 접수를 마감하고, 평가를 통해 4월 중 최종 선정 대학 19곳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전국에서 100여 개 대학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2000억 원이 걸린 재정 지원 사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선정 이후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퍼지고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최고 3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금으로 사업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지만, 탈락한 대학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돈 타기 위한 구조조정… 부작용 우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의학계열 및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사회계열과 예술계열의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학과 정원을 조정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들은 향후 바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당장 이공계 정원 확대만 해도 해당 단과대의 교원과 교육 시설을 늘리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프라임 사업에서 탈락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할 판이다. 아직 구조조정에 돌입하지 않고 사업계획서만 작성한 상태라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일부 대학은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고자 선제적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흉흉해진 학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예로 중앙대는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계 예술계를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들의 극심한 반발이 일었고 결국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이 사퇴했다. 김창수 신임 총장이 취임했지만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지금 추진 중인 대형 국고 지원 사업(프라임 사업)은 본말이 전도됐다”며 “방향을 잃은 발전 계획과 잘못된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방대학들도 뒤숭숭하다. 신라대와 경성대는 대학이 이공계를 늘리기 위해 무용학과 폐지를 추진하자 학내 외에서 극심한 반발이 일고 있다. 부산 지역 예술인들은 “무용학과 폐지를 철회하라”며 “대학에 최대 300억 원을 준다는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내 여론이 이처럼 나빠진 상황이므로 대학이 사업 유치에 실패하고 구조조정의 명분마저 잃어버린다면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지원금을 타 내기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건국대는 2013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결합해 바이오 산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바이오산업공학과를 만들었다가 불과 3년이 지난 올해 학과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 측은 재학생들에게 카카오톡으로 학과 폐지 방침을 통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간의 ‘융합 붐’이 일자 트렌드에 따라 대학이 학과를 새로 만들었지만, 결국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 “변화 거스를 수 없어… 대학 경쟁력 향상”
반면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는 “설령 사업에서 탈락하더라도 대학 입장에서는 손해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구조 개혁의 방향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수요와도 맞아떨어지는 만큼, 대학이 이공계를 늘리면 취업률도 높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인문계열 졸업생이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를 제외하고선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대학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프라임 사업은 대학의 체질을 바꾸고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분야의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하도록 요구하는 구조조정인 만큼 대학에 해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도 일부 대학에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인 만큼 일부에서 갈등이나 마찰이 있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대학과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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