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이 지난해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타고난 배경으로 장래가 결정되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자조 섞인 어조로 풍자하는 것이다.
타고난 숟가락은 정말 바꿀 수 없을까. ‘비즈니스인사이더’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세계 50대 부자 중 29명은 자수성가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포브스’의 세계 400대 부자 조사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 중 65%가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 부를 일군 ‘흙수저형’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400대 부자에 속하는 125명 중 89명(71.2%)이 그런 유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5명 모두 조상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경우였다. 물론 2000년 이후 벤처 열풍을 타고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일부 ‘자수성가형’ 신흥부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세계 10대 무역 규모를 자랑하는 위상에 비춰 볼 때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자수성가형 부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 위주의 산업성장 구조, 창의성을 장려하지 못하는 교육, 내수시장의 한계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안정적인 직업 선호의식과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가정신은 ‘창업의 성공요체’라고 한다.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창업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기업가정신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한국에서도 창조경제 실현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의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의 기업가정신 수준이 창조경제 추진에 힘입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 말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가 세계 130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2016년 국가별 기업가정신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27위를 차지해 2013년 37위, 2014년 32위, 2015년 28위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이어 창조경제 4년 차인 올해는 더 나은 기업가정신의 성과가 기대된다.
‘질 높은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글로벌 창업활성화 달성, 나아가 ‘세계 7대 스타트업 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물론이고 산업계와 사회 모든 주체가 젊은이들이 좌절과 열등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분야에서 불굴의 도전정신을 일깨워줄 기업가정신 함양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창조경제 실현은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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