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구입을 학교에 강요하는 것은 절차가 옳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필요한 책은 학교가 판단해서 구입하는 게 맞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중·고등학교에 친일인명사전 구입비 명목으로 내려보낸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힌 서울 용산구 서울디지텍고의 곽일천 교장(61·사진)은 12일 “이 책은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서적이므로 구매하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하고, 학교에서 꼭 필요한 책이 있다면 학교에서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예산 반납 이유를 밝혔다.
서울디지텍고는 이날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에 ‘친일인명사전은 교육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교육청이 보낸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곽 교장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학교가 책임을 지고 하는데, ‘참고용’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에 구매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교장은 “해당 예산을 편성하도록 한 서울시의회가 교육적인 판단까지 할 위치에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책의 구입이 시급하지도 않고, 우리가 검토를 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구매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한을 정해놓고 구매하도록 한 예산은 반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곽 교장은 친일인명사전이 객관성에 논란이 있다는 점도 예산을 반환하기로 한 이유로 꼽았다. 곽 교장은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고, 이 때문에 더욱 엄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객관성에 논란이 있는 책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장은 “구입하지 않겠다는 학교의 의견도 받아들이는 것이 시교육청에서 중시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교육자들의 판단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시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일괄 구매 요구가 학교의 자율적인 도서 구입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점검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시교육청에 교육자료 선정·구입과 관련해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규정을 지켰는지 29일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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