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초동 법조타운에 전관변호사 부쩍 늘었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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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취업막은 공직자윤리법에 퇴직 차관급 판검사 개업 잇따라
일각 “전관 영향력 커질라” 우려

“검사장님, 잘 지내시죠? 서초동에 개업하신다는 소식 들었습니다.”(현직 부장검사)

“아이고, ○○○ 부장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전관 출신 변호사)

최근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 주변에서는 갓 퇴직한 고위급 전관(前官)들과 친분이 있는 현직 검사의 ‘노상 해후’가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검사장 출신 등 고위급들이 퇴직 후 3년 동안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없게 되면서 서초동에 개인 사무소를 두는 일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검찰총장 교체를 앞두고 퇴임한 이득홍 전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16기)은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15기) 등이 이끄는 ‘법률사무소 담박’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다. 정인창 전 부산지검장(18기)은 김종필 변호사(27기)가 대표인 ‘법무법인 율우’에 합류했다. 변찬우 김영준 강찬우 전 검사장(이상 18기)도 서초동에 사무실을 연다. 한 전직 검사장은 “‘사직 후 곧바로 대형 로펌에 갔다’는 세간의 눈총을 피할 수 있고 ‘실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개인 사무실행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대형 로펌행이 법으로 제한된 데다 불황으로 대형 로펌이 제시하는 메리트가 예전만 못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한 대형 로펌은 고문으로 영입했던 각급 정부기관 출신 고위직들로부터 대거 사표를 받았다고 한다.

서초동에 터를 잡는 부장검사나 평검사 출신들도 늘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박형철 전 부장검사(25기)는 담박에 합류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출신 송창진 검사(33기)는 개인 사무실을 연다. 이들은 대형 로펌 변호사보다 활동이 자유롭다 보니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탄력적으로 팀을 꾸려 사건에 대응하는 게 장점이다. “일부 대형 로펌들이 기여도가 낮은 주니어 변호사들을 줄줄이 타임차지(Time-Charge·일한 시간만큼 수임료를 청구하는 것) 명단에 올린다”는 기업 고객들의 불만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서초동 법조타운 근처에 사무실을 두니 자연스레 얻는 정보도 많아 “특정 전관 사무실은 대형 로펌보다 더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말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세월호 사건 이후 고위 공직자의 취업 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대형 로펌 취업 제한도 까다로워졌지만 ‘풍선효과’처럼 서초동의 전관 입김이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초동#법조타운#전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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