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감정평가액 약 45억 원인 도곡중(서울 강남구) 부지 1917m²(약 580평)를 매입하고, 운동장에 복합시설을 지어 기부하는 대신 시설 내 지하주차장을 약 20년간 무상으로 쓰겠다는 의사를 서울시교육청에 밝힌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도곡중 토지 매각 추진계획 공고’를 내고 16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학교 부지가 매물로 나오고 학교 땅을 병원이 함께 쓰겠다는 건 유례가 없던 일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도곡중에 세울 지하주차장까지 통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해당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1983년 문을 연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별관을 증축하고 지하주차장도 신축했지만 고질적인 주차난에 시달려왔다. 이에 병원에서 도보로 1분 내 이용할 수 있는 도곡중에 지하주차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대신 학교에는 좁은 운동장을 보완할 수 있는 복합시설을 만들어 기부할 계획이다. 학교와 병원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도곡중 운동장에 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의 복합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이 중 지하 1층∼지상 3층은(2600m²)은 다목적체육관과 급식실 및 도서실, 지하 1층(3300m²)은 학교 주차장, 지하 2층∼지하 4층(9900m²)은 병원 주차장으로 만들 방침이다. 병원 주차장에는 286대 정도 주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합시설 건립에는 약 21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보고 있다. 병원은 복합시설을 학교에 기부하는 대신 주차장을 일정 기간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기부하는 것으로 학교에 주차장 임차료를 한 번에 지불한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약 20년간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산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병원 운영 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지역 주민에게도 주차장을 개방할 계획이다. 주차장 확보로 병원 내 일부 여유 공간이 생기면 부족한 음압병실 등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도곡중 및 강남교육지원청과 각각 지난해 9월, 12월에 ‘공간개발 및 상호발전을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매매가 이뤄지려면 서울시교육감의 승인과 서울시의회 의결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감 소관 공유재산 관리 조례’에 따라 모든 학교 재산은 교육감 관할이라 처분하거나 주차장 같은 영구시설물을 지을 때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교육감은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유재산심의회에서 해당 내용을 심의하고 서울시의회의 의결도 거쳐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부지가 주민들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 매각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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