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한국에 데려와 잠적한 한국인 남편에게 법원이 실제 양육자에게 돌려보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 협약에 따라 자녀를 돌려보내야 한다고 인정한 한국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3단독 이현경 판사는 재일교포 3세 A 씨(39·여)가 남편 B 씨(41)를 상대로 낸 아동반환 청구 심판에서 “두 자녀를 A 씨에게 돌려보내라”고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판사는 “법률상 이혼하지 않았지만 2013년 4월부터 별거하면서 아내인 A 씨가 자녀들을 실질적으로 양육해왔다”며 “B 씨는 자녀들을 일본에 다시 데려다주기로 약속하고 이를 위반해 연락을 끊고 일체 면접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B 씨가 자녀들의 양육자인 아내의 의사에 반해 무단으로 자녀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며 “일본에 거주하던 자녀들을 대한민국에 불법 유치해 아내의 양육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3세인 A 씨는 B 씨와 2005년 일본에서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2013년 별거를 하게 됐고 A 씨가 두 자녀들을 키워왔다. 2014년 이혼신청서를 작성하면서 A 씨가 아이들에 대한 친권을 행사하기로 협의했지만 이혼신고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남편 B 씨는 “투병 중인 아버지가 의식을 회복해 아이들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며 “한국에 데리고 간 후 다시 일본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고, A 씨는 아이들을 보냈다. 하지만 B 씨는 한국에 입국한 후 연락을 끊었다.
이에 A 씨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 협약에 따라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협약은 16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 불법적인 이동이나 유치로 양육권이 침해되는 경우 아동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12월, 일본은 2013년 5월 이 협약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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