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에 맞아 숨진 7세딸 4년간 야산에 묻혀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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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딸 ‘교육적 방임’ 구속 40대母, 큰딸 폭행뒤 의자 묶어 방치… 암매장
지인 여성 3명 시신유기 가담… 경찰, 경기 광주서 백골 수습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생활도 한 30대 어머니는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5세 때부터 모질게 때렸다. 밥을 굶기고 속옷 바람으로 베란다로 내쫓기도 했다. 급기야 폭행한 뒤 테이프로 묶어 방치해 숨지자 지인과 함께 시신을 차디찬 야산에 묻었다.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는 4년 3개월여 만에 백골로 돌아왔다.

작은딸(9)을 교육적으로 방임한 혐의 등(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된 주부 박모 씨(42)가 2011년 당시 일곱 살이던 큰딸을 학대하고 때려 숨지게 한 뒤 유기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경남지방경찰청과 경남 고성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 반경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한 야산을 수색해 큰딸 김모 양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김 양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시신은 백골 상태에 가까웠으나 검안 결과 특별한 외부 훼손은 없었다.

경찰이 밝힌 큰딸의 죽음은 참혹했다. 보호를 받아야 할 어머니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고 끝없이 이어지는 폭행을 감당하지 못해 꿈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01년 서울에서 김모 씨(44)와 결혼한 박 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 친정 식구와 미국에 머물다 귀국했다. 성격 차와 종교 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빚던 박 씨는 2009년 1월 28일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해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로 갔다. 아들을 데리고 자기보다 먼저 들어와 살던 대학 동기 백모 씨(42·여)의 소개로 학습지 교사 이모 씨(45·여)의 대형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이 씨 남편과 이 씨 언니(50), 백 씨 친정어머니 등 어른 6명과 어린이 6명 등 총 12명이 함께 생활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합숙 생활’이었다. 어른들은 같은 종교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에서만 놀던 박 씨의 큰딸은 집 안의 가구와 옷가지 등을 훼손하다 어머니로부터 자주 꾸지람을 듣고 매를 맞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는 물론이고 다른 동거인들로부터도 가끔 혼이 났고 회초리 강도도 높아졌다. 한 끼만 먹는 날이 보름씩 이어지기도 했다. 큰딸은 일곱 살이던 2011년 10월 25일 오후에 약 30분, 이어 다음 날 오전에 약 2시간가량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박 씨는 당시 큰딸이 가구를 훼손했다며 방에 가두고 회초리 등으로 마구 때렸다. 26일에는 휴대전화 대리점에 일하러 가면서 딸이 고함을 지르지 못하도록 입에 유리테이프를 붙였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의자에 테이프로 묶어 방 안에 방치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큰딸은 결국 숨졌다.

큰딸이 숨지자 박 씨는 동거인 3명과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 이 씨의 승용차를 타고 이틀간 일대를 돌아다닌 이들은 경기 광주시의 한 야산을 골라 시신을 묻었다. 경찰은 박 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추가했고 아파트 주인 이 씨와 백 씨도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의 언니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성수 고성경찰서장은 “큰딸의 직접적인 사인이 굶주림보다는 장기간의 폭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폭행치사#아동학대#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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