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시교육청은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돈이 상당히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대구가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먼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반면 서울은 이달 초 4.8개월분만 편성됐다.
지방교육재정의 세입 구조는 17개 교육청이 모두 같다. 그런데 어디는 누리과정을 전액 편성하고 어디는 일부만 편성한 상황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어느 쪽의 예산 편성이 적절한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육청의 세입은 정부가 학생 수와 인건비 등 산출기초공식에 따라 나눠주는 보통교부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전입금 및 교육청의 자체 재원이 더해진다.
교육부는 올해 보통교부금을 산출할 때 시도별 누리과정 대상 유아 수만큼의 소요액을 합산해 편성했다. 이에 따라 법률적으로는 모든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해야 타당하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1919억 원 가운데 8개월분인 1308억 원을 본예산에 편성한 데 이어 이달 1일 남은 4개월분인 611억 원을 반영한 추경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과연 박 시장의 말대로 돈이 많아서 12개월분을 편성할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본예산을 짤 때는 일단 세입이 확정된 금액을 기준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최대한 편성했고, 부족한 재원은 대구시와의 협업 및 교육청의 재정 효율화를 통해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으로 확보한 재원은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선제적으로 편성한 지역에 주는 예비비를 활용한 124억 원, 대구시의 조기 전출금 300억 원, 폐교 매각대금 100억 원 등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경상경비와 잉여금을 줄이는 등 재정 효율화 노력을 했고, 대구시는 학교용지부담금 미상환액을 조기에 보내주고 폐교 일부를 매입하는 등 잘 협조해줬다”면서 “돈이 많아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느냐는 식의 발언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처음부터 유치원 예산인 2521억 원만 본예산에 편성했다. 뒤늦게 서울시의회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각 4.8개월분을 편성한 것도 이 2521억 원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쪼갠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시도교육청에서는 정부가 보낸 보통교부금은 다른 예산 항목에 우선 편성하고, 특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책임질 수 없다는 기조가 분명하다. 결국 시도별 누리과정 격차는 세입 액수의 차이보다는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문제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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