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도 밀입국에 뚫려… CCTV 45대 ‘깜깜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1월 中-베트남 선원 2명 도주… 1명은 보안철조망 뚫고 빠져나가
67명이 108만㎡ 북항 2교대 경비… 부산-제주 등 다른 항만도 사정 비슷

지난달 인천항에서 외국인 선원 2명이 허술한 보안시스템을 뚫고 밀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국제공항뿐 아니라 항만의 보안체계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항만은 공항보다 면적이 넓어 관리가 힘들지만 보안시스템은 훨씬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6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4시 50분경 인천항 북항 동국제강 부두(면적 2만9000m²)에서 중국인 화물선원 A 씨(36)가 밀입국했다. 그는 이날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선박에서 내려 유유히 부둣가로 걸어 나온 뒤 높이 2.7m의 보안 울타리를 넘어 달아났다. A 씨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 화물선에 승선했으며 과거에도 한 차례 밀입국했다가 단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같은 달 6일 0시 20분경에는 베트남 선원 B 씨(33)가 인천항 북항 현대제철 부두(면적 7만 m²)를 통해 밀입국한 뒤 자취를 감췄다. 그는 평소에는 초병이 근무하지 않는 군부대 초소 옆 보안철조망 아래쪽을 뚫고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철조망은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인 인천항보안공사와 현대제철이 관리하고 있다. B 씨의 밀입국 사실은 “선원이 사라졌다”는 선장의 신고를 받은 뒤에야 알려졌고, A 씨는 울타리를 넘는 모습을 보안직원이 보고 기동반을 투입했지만 붙잡지 못했다. 두 외국인 선원은 현재까지 행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밀입국한 인천항 북항은 관광객이 탄 국제여객선이 드나드는 인천항 내항과 달리 원목, 고철 등을 주로 하역하는 화물선이 입항하는 곳이다. 면적이 약 108만 m²에 이른다. 5만 t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선석 8개를 포함해 17개 선석을 9개 민간기업이 사용료를 내고 전용부두로 쓰고 있다.

인천항 전체의 보안경비 업무는 인천항보안공사가 맡고 있다. 그러나 북항을 담당하는 인력은 67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다 보니 보안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북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167대를 통해 밀입국 등을 감시하고 있으나 122대만 종합상황실과 연결돼 있을 뿐 나머지 45대는 고장이 나거나 무용지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 항만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 감천항에서는 지난해 11월 3일 오후 8시경 정박 중이던 대만 선적 꽁치잡이 어선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이 바다로 뛰어들어 도주했다. 이들은 약 700m를 헤엄쳐 인근 공원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감천항에서는 지난해 15명이 밀입국을 시도해 ‘밀입국 1번지’라는 오명(汚名)까지 듣고 있다. 같은 해 11월 21일 경북 포항신항에서도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에 조리사로 탑승한 중국인 순모 씨(28)가 항만 근처에 숨어 있다가 도심으로 탈출했다.

제주도는 밀입국 경로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외국인이 비자 없이 30일 동안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제주도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몰래 내륙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제주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문이 허술한 애월항과 한림항, 성산포항, 화순항 등이 주요 경로다. 활어 운반차나 냉동탑차, 이삿짐 차량 등에 몸을 숨기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제주에 들어온 뒤 종적을 감춘 무단 이탈자는 2013년 731명에서 2014년 1450명, 지난해 4353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공항은 여객터미널 보안을 강화하면 밀입국을 막을 수 있지만 항만은 구역이 워낙 넓은 데다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만관리 정책이 일반인과 관광객에 초점을 맞춰 조경, 친수공간(親水空間)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보안 수준이 더욱 약화됐다”며 “계약직 중심의 보안인력 운용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부산=강성명 / 제주=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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