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의료가 문제… 정부 관리 필요”
최대 44% 인상폭탄에 제안 쏟아져… 전문가 “객관적 심사 주체 절실”
누리꾼 “보험사들 자료 공개부터”… 개업의 “의료수가 현실화해야”
“작은 지병 하나만 있어도 가입 거절하면서 툭하면 ‘앓는 소리’ 하고 보험료만 올린다.”
“실손보험 있다고 하면 안 해도 되는 시술까지 권유하던 병원이 있는데 금세 7, 8층 건물 신축하더라.”
1월 일제히 대폭 인상된 실손의료보험의 문제점과 인상 원인, 병의원의 과잉 진료 문제 등을 심층 분석한 본보 기획(2월 16일자 A1·2면 참조)을 본 독자와 인터넷 이용자의 주요 반응이다.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대폭 올린 보험사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 시술에만 집중해 돈벌이에 나서는 일부 병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많이 쓸수록 보험료를 차등 인상해야지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고가의 치료비를 보완하라는 취지로 생겼지만, 보험사들은 막상 정말 큰 치료비는 촘촘한 제한 규정을 들어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민간 보험은 보충적인 역할로 제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장 내용을 강화하면 건강보험료가 더 많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료계에선 대체로 실손보험 문제가 결국 비현실적인 의료 수가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라고 밝힌 한 인터넷 이용자는 “의사가 재활치료나 비싼 주사 등 비급여 의료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의료 수가부터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인 비급여 의료를 관리, 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급여 의료는 표준화돼 있지 않아 환자가 의료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보험업계가 병원이 직접 보험사에 실손보험료를 청구하거나 심사하는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맡기려는 것도 비급여 의료를 표준화해 관리하겠다는 속내가 숨겨져 있다.
반면 의료업계는 무리하게 보험을 팔아 온 보험사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부실 및 부도덕한 설계와 과잉 마케팅으로 이 같은 실손보험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에 따라 손해율이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그 손실은 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공적 보험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 또는 제3의 전문기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의료계 일부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분위기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실손보험과 비급여 의료를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주체는 반드시 필요한데, 결국 심평원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문 기관이 민간 보험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어야 공적 영역인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손보험의 보험금 명세에 대한 심사 업무를 전문 심사기관에 위탁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낸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비급여 의료에는 어떤 서비스가 있고 비용은 얼마가 적정한지 국민이 제대로 알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를 심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다만 전문 심사기관이 꼭 심평원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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