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동대문구청 민원실에서 민머리에 승복을 입은 원모 씨(48)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민원행정계장을 찾았다. 행색은 영락없는 스님이었지만 원 씨는 “계장이 안나오면 구청장 옷을 벗겨버리겠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팩스를 무료로 이용하려고 구청을 찾았지만 직원들이 자신을 친절하게 응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원 씨의 행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 씨는 손으로는 목탁을 두드리면서도 입에는 담배를 꼬나물고 다니며 동네 주민과 관공서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동네건달’이었다. 원 씨는 본인을 ‘탈종한 스님’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특히 자주 나타나는 곳은 서울 동대문구의 집창촌인 ‘청량리 588’ 근처였다. 지난해 9월엔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시주를 요구했다가 되레 행패를 부렸다. 여성이 도시락을 건네자 원 씨는 “스님이 이렇게 된밥을 어떻게 먹느냐”고 호통을 치며 10개나 쌓여있던 도시락을 전부 발로 걷어찼다.
얼마 뒤에는 역시 청량리 588의 한 골목에 앉아있던 남성에게 아무 이유도 없이 종이컵으로 물을 뿌렸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봉변을 당한 남자가 도망치자 원 씨는 쫓아가 입으로 물을 뿜어 뿌리고 폭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승복을 입은 채 카바레에 들어가려는 자신에게 한 손님이 손가락질하자 머리로 들이받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원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원 씨는 12일 현장에서 검거되던 순간까지도 경찰에게 “지옥불까지 데리고 가겠다”며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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