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영연맹 ‘인증’ 장사… 수영장 하나면 억대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9일 03시 00분


현직 감독들이 전하는 비리 백태

“(대한수영)연맹이 반강제로 돈을 뜯어가 너무 힘들다.”

대한수영연맹이 공인한 수영시설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전직 수영대표팀 감독에게 이렇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A 씨가 연맹 시설이사 이모 씨를 통해 일감을 몰아 받긴 했지만 그 대가로 지나치게 돈을 많이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등 연맹 자금을 써야 하는 행사가 열리면 연맹 측이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차액까지 챙긴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18일 수영연맹 자금을 횡령해 강원랜드와 필리핀에서 10억 원을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횡령과 상습도박)로 연맹 시설이사 이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연맹의 다른 고위 임원들도 곧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연맹 임원들이 시설업체와 신설 수영장을 공인해주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챙기거나,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는 훈련비 등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이들이 대표팀·상비군 선수나 코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고 관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이날 접촉한 현직 수영 감독과 단체 지도자 6명은 한목소리로 그동안 암세포처럼 퍼진 연맹의 비리 백태를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연맹의 가장 큰 ‘수익 사업’은 수영시설업체와 수영장에 대한 인증에서 나온다. 공식 경기를 치르는 수영장은 모든 부대시설을 연맹이 인증한 업체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연맹은 1∼3급으로 나눠 수영장을 공인해주고 공인비도 따로 받는다. 이 과정에서 연맹이 수영장 측에 특정 업체 장비를 쓰도록 압박해 단가를 높이고, 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는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앞서 언급된 A 씨의 업체는 지난해 경북 김천시 실내수영장 리모델링 공사와 2014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수영장 시설공사 등 주력 사업을 많이 따냈다. 매출도 2012년 27억 원에서 2014년 82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업계에선 연맹이 몇 년 전부터 이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한 수영계 지도자는 “통상 50m 레인 수영장 하나를 지으려면 300억 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억대 정도는 손쉽게 남겨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는 대표팀·상비군 훈련비를 최대한 적게 써 차액을 빼돌리는 방식도 있다. 선수 1인당 한 끼 식사가 5000원이 지급되면 실제론 3500원짜리 식사를 제공하고 차액을 빼돌리는 식이다. 선수단 숙박비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대표팀 출신 감독은 “선수단 규모가 통상 수십 명에 20일 넘게 훈련하느라 비용도 상당하다”며 “예전에 일본 전지훈련 때 모텔보다 못한 숙소에 묵어 일본 선수들이 ‘좋은 숙소도 많은데 왜 그런 데서 묵느냐’고 물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수영인들은 비리 핵심으로 연맹 고위 임원 J 씨를 지목했다. 검찰은 J 씨를 눈여겨보고 이미 출국금지했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J 씨는 측근인 연맹 이사 P 씨가 운영하는 수영 팀 선수를 상비군으로 뽑아주면서 P 씨가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돈을 상납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J 씨가 대표팀·상비군 코치로 측근들을 뽑아주면서 월급의 일정액을 상납받는다는 의혹도 있다.

전직 대표팀 코치는 “실력이 안 되는 선수도 그 팀에 가면 거짓말처럼 상비군으로 뽑힌다는 건 수영계 상식”이라며 “고교생이 상비군이 되면 대입 비리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김준일 기자
#수영연맹#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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