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한 소년가장 서울대생의 사연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주목을 끌었다.
글 쓴이는 자신이 군대를 못가는 이유를 시작으로 동생 둘과 함께 비좁은 단칸방에서 생활했던 어린 시절, 새벽 배달 일을 하면서 어려운 형편을 꾸려 나간 성장기를 소개했다.
또 소년 가장이었던 자신의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주인집 아주머니를 소개하며, "덕분에 꼬박꼬박 저금을 하고, 포기하려 했던 대학도 진학했다. 아주머니 덕에 대학을 졸업한다"고 감사 인사를 올렸다.
이 사연은 누리꾼들에 의해 여러 커뮤니티로 전달되며 뜨거운 화제가 됐고, 댓글에는 "감동 받았다. 힘내라. 잘되길 바란다"는 뜨거운 응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서울대 가장 페이스북 사연 전문▽
동기들끼리 술을 마시다가 말이 나왔다. "야, 근데 너는 군대 안 가냐?" "군대? 가야지." 나는 그리고 서둘러 잔을 들었다. "야, 잔 비었다 잔."
나는 군대를 안 간다. 못 간다고 쓸 수도 있는데, 그렇게 쓰기에는 군대를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가장이다. 엄마아빠는 둘 다 고아라고 했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고 결혼했다고. 그리고 내가 열두 살 때, 두 분은 버스사고로 돌아가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었을까, 일곱 살짜리 동생과 두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새벽엔 배달을 하고, 다섯 평짜리 방에서 셋이 잤다. 학교에서는 장학금도 줬다. 수급자비도 정부에서 줬다. 분유, 기저귀, 대부분 그런 걸 사는데 썼다. 물론 그 때는 지금보다는 쌌다. 그래도 꼬박꼬박 저축도 했다. 한 달에 오만 원, 많은 돈은 아니었다. 사실 그것도 주인집 아줌마 명의였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아줌마가 나를 앉혀두고 말했다. "너, 대학 갈 거니?" "아, 일하려고요." "아니야, 잘 들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 그래서 과외를 하렴." 어린 나이에 몸이 상하면 나중에 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다. 몸도 커서 다섯 평에서 자기도 힘들 텐데, 돈 많이 벌어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라고. 세상에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아줌마 덕에 믿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믿기 어렵게도 이 대학에 붙었다. 물론 기회균등 전형이었지만. 과외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다. 한 달만에 내 손에 60만원이라는 돈이 들어왔다. 학교에서는 생활비 장학금을 줬다. 정부에서도 아직 지원을 끊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다. 아줌마한테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리고 동생들과 며칠 전에 아줌마를 찾아갔다. 뭘 사갈까 고민하다가 고구마케이크랑 음료 세트를 양 손에 들고 갔다. 아줌마는 고생했다고 우리 등을 다독여주셨다. 큰동생은 이제 고삼이다. 작은동생은 이제 중학생이 된다. 그렇게 계산하더니 아줌마는 정말 빠르게 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괜히 눈물이 났다. 결국 우리 넷은 울었다.
이 자리를 빌어,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아줌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저는 이제 졸업을 합니다 아줌마. 다 아줌마 덕분입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끝)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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