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암매장’ 엄마, 상해치사·사체유기 혐의 추가해 검찰 송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9일 15시 43분


또래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옥희(가명)는 여덟 살이 되도록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다. 어머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보내주지 않았다. 더부살이를 하는 238㎡(72평) 아파트가 유일한 놀이터였다.

스트레스가 쌓인 옥희는 집안의 가재도구에 흠집을 냈다. 집 주인 눈치가 보여서인지 어머니는 회초리를 자주 들었고 강도는 더해갔다. 2010년 9월과 2011년 10월엔 옷을 벗긴 채 아파트 베란다에 가두고는 문을 잠가버려 그 곳에서 대소변을 보기도 했다. 밥을 굶기기도 했다. 옥희는 학대를 하는 집 주인 아주머니와 어머니를 향해 “다 죽여버리겠다”며 반항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집주인은 옥희 어머니에게 “너는 애를 살인자로 키울 거냐. 입을 막아서라도 교육을 시켜라. 때리려면 제대로 때려라”고 몰아붙였다. 2011년 10월 어머니는 옥희를 의자에 손발을 묶고 피멍이 들도록 회초리로 때렸다. 그런 뒤 가게에 출근했고 의자에 묶여 있던 옥희는 혼자 숨을 거뒀다. 집주인 아주머니와 어머니 등은 한 밤중 옥희를 인적이 드문 야산에 갖다 묻고는 4년 4개월을 태연하게 지냈다.

큰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야산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42)와 박 씨가 얹혀살았던 아파트의 여주인 이모 씨(45)와 이 씨 친언니(50), 박 씨의 친구 백모 씨(42·여)와 백 씨의 친정어머니 유모 씨(69) 등 동거인 5명의 하동학대 방법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였다.

경남 고성경찰서는 19일 이들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어머니 박 씨(구속)와 아파트 주인 이 씨(구속)에게는 상해치사와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사실상 공범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살인죄 적용여부는 유보됐다. 백 씨(구속)와 이 씨 언니(불구속)에게는 사체유기 혐의, 유 씨(불구속)에게는 아동복지법이 각각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용인의 이 씨 아파트에서 살던 박 씨는 2011년 10월 26일 오전 방 안에서 훈육에 반항하는 큰 딸을 의자에 포장용 테이프로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인 뒤 회초리로 팔과 다리를 1시간 이상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휴대폰 가게에 출근했다가 이 씨로부터 “아이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고 오후 5시경 돌아온 박 씨는 아파트에 동거하던 여성들과 공모해 김 양 시신을 승용차에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3일 뒤인 29일 밤 김 양을 경기 광주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박 씨는 동거 여성들에게 “내가 구속되면 둘째 딸을 못 키운다”며 신고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김 양의 가구훼손 등에 불만을 가졌던 이 씨는 폭행 당일에도 박 씨에게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아이 입을 막아서라도 교육을 시키라”며 다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전날도 큰 딸을 30분 가까이 회초리로 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김 양은 숨지기 20일 전부터 하루 한 끼 정도만 먹어 몸이 약한 상태였다.

최창월 고성경찰서 수사과장은 “박 씨가 이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이 의존하는 상태여서 이 씨의 말이 김 양 과잉 학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직접 김 양을 때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에 주로 머물던 유 씨는 이 씨 지시로 김 양 밥을 굶기거나 베란다에 가두는 일을 맡았다.

대학 동기인 박 씨와 백 씨는 각각 이혼하거나 가출해 사업 문제로 알게 된 이 씨 집에서 자녀, 가족들과 함께 3년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자신의 딸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구타한 경위, 이 씨의 범행 가담정도, 김 양의 직접적인 사망원인 등은 부검결과를 토대로 추가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22일부터 피의자 대질심문 등을 벌일 예정이다.

고성=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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