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이스피싱으로 현금 인출, 통신사기피해 환급법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9일 17시 19분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대포통장 주인의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했더라도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전원합의체(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9일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가로 챈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A 씨(51)에게 징역 1년 6월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통신사기피해 환급법 위반 혐의는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범죄 등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처벌과 피해 환급을 위해 만든 특별법이다.

A 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의 은행에서 대포통장 체크카드로 11차례에 걸쳐 총 1130만 원을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보이스피싱의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자신들을 대출회사 직원으로 속인 뒤 “대출을 받으려면 수수료와 인지세를 먼저 입금해야 한다”고 말하며 돈을 가로 챘다.

수사당국은 A 씨에 대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대포통장 개설), 사기, 통신사기피해 환급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는 죄로 인정했지만 통신사기피해 환급법 위반 혐의 A 씨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목적으로 자금을 송금하거나 이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직접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만약 A 씨가 대포통장을 이용해 이 돈을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송금하거나 이체했다면 해당 법을 위반한 것이 되지만 단순히 돈을 빼낸 것은 죄가 아니라는 뜻이다. 앞서 1, 2심 재판부도 A 씨가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자금이 대포통장 등 사기에 이용되는 계좌로 송금 및 이체되면 전기통신사기 행위가 끝나는 것이며 그 후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범인들 내부에서 이뤄지는 행위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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