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3층서 소주병 던져 차량4대 파손시킨 할머니…도대체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1일 20시 17분


부산 중구의 16층짜리 한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최근까지 9차례에 걸쳐 ‘소주병 투척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차량 4대가 파손됐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대부분 어둠이 내린 오후 늦게 일어난 데다 지문 등 결정적인 증거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또 소주병이 날아들었고, 현장을 조사하던 영주파출소 김모 경사와 이모 순경은 모 주류업체 제품인 ‘과일 맛 소주’의 파편을 발견했다. 이들은 인근 가게를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아파트에 사는 한 할머니가 이 소주를 사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기지를 발휘해 가게 주인의 협조를 받아 매장에 있는 과일 맛 소주(18병)의 특정 글자에 검은색 표시를 했다.

18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소주병이 또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김 경사 등은 검정색 표식이 선명한 소주병과 가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자신의 집에 있던 김모 할머니(74)를 붙잡았다. 김 씨는 술을 마시고 13층 베란다에서 소주병을 던졌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소주를 마셨다”며 “남편에게 음주 사실을 숨기려고 베란다에서 여러 차례 소주병을 던졌다. 정확한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범행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재물손괴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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