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대여업을 가장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조 원대의 사기를 저지른 조희팔 일당이 돈세탁을 맡겼다 떼인 돈을 돌려받기 위해 중국에서 조선족 깡패까지 동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주필)는 특수공갈 등의 혐의로 박모 씨(48)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박 씨는 2010년 11월경 조희팔 일당의 2인자인 강태용(55·구속)의 부탁을 받은 국내 조직폭력배 송모 씨(수배 중) 등과 중국으로 가 이모 씨(42·구속)를 납치해 감금, 폭행하고 2억7000여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08년 중국에서 도피 중이던 강태용의 측근을 통해 수표로 된 조희팔 조직의 돈 19억여 원을 세탁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돈을 갖고 중국으로 몰래 달아났다.
그러자 강태용은 대구지역 조직폭력배 송 씨에게 이 돈을 회수해달라고 부탁했고, 송 씨는 박 씨 등과 중국으로 가 현지 조선족 폭력배의 도움을 받아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 숨어 있던 이 씨를 찾아냈다. 이들은 이 씨를 승합차에 태워 납치하면서 전기충격기를 사용하고 쇠 파이프로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박 씨 등은 이 씨를 중국 내 근거지인 칭다오(靑島)로 데려가 한 달여 동안 감금, 협박하며 이 씨 부모 등이 살던 집을 처분하도록 해 매각대금을 받고, 이 씨 소유의 빌라 등도 넘겨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범행 과정을 중국에 있던 강태용이 측근을 통해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빼앗은 돈을 강태용이 다시 받은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강태용은 2008년 11월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지난해 10월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에서 현지 공안에 붙잡힌 뒤 국내로 압송됐다. 그는 2004년 10월부터 4년 동안 조희팔과 함께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자 2만9200여 명을 끌어 모아 약 2조8000억 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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