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자해쇼… ‘막장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팔로어 1명당 광고 수익 70원

페이스북 ‘좋아요’ 15만 개가 넘으면 자동차에 깔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신모 씨가 자동차 밑에 누워 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페이스북 ‘좋아요’ 15만 개가 넘으면 자동차에 깔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신모 씨가 자동차 밑에 누워 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좋아요 30만 개 넘으면 휘발유를 젖꼭지에 붓고 젖꼭지 태우는 영상 찍어 올립니다.”

약 9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이용자 신모 씨(23)는 자신의 계정에 휘발유를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게시물에는 순식간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게시물이 올라온 지 열흘째인 23일까지 30만5000여 명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고 신 씨가 약속한 영상을 기다리는 팔로어들의 “언제 올리느냐”는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최근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팔로하고 있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몸을 심하게 자해하거나 애견을 짓궂게 ‘학대’하는 등 극단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팔로어=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어 나타난 현상이다. 페이스북에서는 게시물 하단에 광고 글 혹은 사진을 첨부하거나 게시물의 상단에 광고 댓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팔로어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팔로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벌다 보니 더 많은 팔로어를 확보하기 위해 잔인한 영상까지 올리는 것이다.

보통 팔로어 1명당 70원 정도의 광고비가 책정된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할 경우 광고 한 번에 수천만 원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정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릴 경우에는 한 번에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받기도 한다. 주로 저비용 고효율을 노린 온라인게임이나 온라인쇼핑몰 혹은 불법 도박사이트 등이 이런 방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으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모 씨(28)는 “재밌는 사진이나 영상 등 자료를 공유하면서 수입도 생기니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극단적인 영상을 올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계속 더 극단적인 것을 찾는다”고 말했다.

SNS가 활성화된 초기 ‘좋아요’를 받기 위해 지나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따봉충’으로 불렸다. 포르투갈어로 매우 좋다는 의미의 ‘따봉’에 ‘벌레 충(蟲)’자를 합성한 말이다. 지금까지 ‘따봉충’들의 활동은 그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쯤으로 여겨졌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욕심을 SNS를 통해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보다는 돈을 벌려고 극단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동차가 몸 위로 지나가게 한 뒤 몸에 생긴 상처까지 함께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보기에도 끔찍한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돈을 버는 행위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통한 광고활동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눈길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영상 등 부적절한 게시물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삭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SNS상에서 극단적 게시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재밌으면서도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의 특이한 행동’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개인으로선 단순히 ‘좋아요’를 한번 누르는 행위지만 게시물이 확산되면서 생기는 파급력은 인식하지 못한다. SNS 이용자들이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생길 부작용에 대한 각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sns#광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